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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남은 자들이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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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자들이 할 일   
 
- 김원배 목사(목포예원교회)
 

우리는 한 시대를 최선을 다해 진지하게 살고자 했고, 최선을 다해 그 길을 달려갔던 한 동시대인을 잃고 슬퍼하고 있다. 그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가난과 시대가 안겨준 아픔을 온 몸으로 견디며 살았다. 그리고 그 아픔을 꿈으로 승화시켜 그 꿈의 실현을 위해 일생을 바쳤다. 그 꿈의 진지함과 진실이 사람들에게 공감을 일으켜 신뢰를 얻고 대통령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는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부정과 거짓을 척결하고 공정한 룰에 의해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 평가를 받는 정의롭고 자유로운 사회를 꿈꾸었다. 그는 그러한 이상적인 사회를 실현하는 주역이 되기를 원했고 그러한 사회의 도덕적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했다. 필자도 한 시대를 짊어진 그의 열정과 꿈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가지고 응원하는 자리에 있었다. 



사실 그 길은 한 사람의 힘으로는 성취하기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를 둘러싸고 있는 구조적인 옛 가치관의 질서 속에서 비둘기의 순결을 지켜가는 것이 불가능했음에도 잘못된 사회를 개혁하는 모험에 그 자신을 던졌다. 그러나 그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그에게 쉽게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갈 수밖에 없었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무엇보다도 그를 견딜 수 없게 한 것은 도덕성을 바탕으로 정의로운 사회를 향한 비둘기의 순결을 상실하였다는 자괴감이었을 것이다. 그가 지녔던 비둘기의 순결이 상실됨으로써 더 이상 그와 함께 한 목적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에게 힘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 그를 더 이상 지탱하게 하지 못하게 했으리라. 

그는 링컨 대통령을 제일 존경하며 링컨과 같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또한 그는 '노무현이 만난 링컨 대통령'이라는 책도 출간했다. 필자는 평소에 그가 신앙의 가치를 바탕으로 그가 추구하던 이상을 실현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그의 재임시절 교계 지도자들과 청와대에 갔을 때 대화 중에 "링컨 대통령을 만든 것은 신앙과 성경이었는데 이런 전제 없이 어떻게 링컨과 같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입니까?"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 질문이 그를 당황하게 했을지 모르지만 그가 진정한 '한국의 링컨'이 되기 위해서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될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당시 국무위원들 중에는 기독교를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폄하하는 편향된 시각을 가진 이들도 있었다. 

지금 돌을 들어 그를 치려하던 사회적인 분위기는 잠잠해졌고 그를 향한 추모열기가 온 나라를 뒤덮고 있다. 그가 생전에 어려울 때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요 8:7)고 외치지 못한 것을 안타깝게 여긴다. 뒤늦었지만 이 말씀은 지금 우리 시대를 향해 외친다. 지금은 누구라도 각자 자기 손에 든 돌을 놓고 자기 자리로 돌아가야 할 때이다. 총체적인 회개운동이 필요한 때이다. 

이제 남은 자들의 할 일이 있다.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는 일이다. 시대의 아픔을 뒤로 하고 그가 꿈꾸던 깨끗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향한 꿈이 우리 모두의 꿈이 되게 하는 것이다. 정의가 강물같이 공의가 하수같이 흐르는 그 날을 꿈꾸며 온 국민이 함께 일어나자. 우리를 덮고 있는 충격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힘찬 거보를 내딛자.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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