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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토요편지] 내가 너를 건지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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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를 건지리니     
 
- 이철환 (동화작가)
 

명지가 열여섯 살 때였다. 명지네 가족은 폭우가 쏟아지는 고속도로에서 큰 사고를 당했다. 그 사고로 명지는 다리를 다쳤고, 두 개의 보조다리 없이는 몇 걸음도 걸을 수 없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불행은 명지 하나에게만 그치지 않았다. 명지보다는 덜했지만 명지 아빠도 보조다리 없이는 걸을 수 없게 되었다. 명지 아빠는 명지 엄마의 도움을 받으며 하던 약국 일을 계속할 수 있었다. 

그 후, 명지는 사춘기를 보내며 늘 열등감에 시달렸다. 명지가 밥도 먹지 않고 책상에 엎드려 울고 있을 때 명지를 위로해준 사람은 아빠였다. 정신까지 절룩거리는 명지에게는 정상인인 엄마가 끌어안을 수 없는 아픔이 있었다. 명지 아빠는 명지의 아픔을 낱낱이 알고 있었다. 명지 아빠는 명지 마음속으로 들어가 명지를 지켜주었다. 아빠의 사랑으로 명지는 무사히 사춘기를 넘기고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대학 입학식 날, 명지 아빠는 명지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입학식을 마치고 대학 정문을 나올 때였다. 

눈앞에서 아주 긴박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차가 다니는 도로 쪽으로 한 어린 아이가 뛰어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앞서 걸어가던 명지 아빠가 보조다리도 없이 아이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명지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아빠가 그 아이를 안고 인도로 나오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아빠…." 명지는 너무 놀라 소리쳤지만 아빠는 못 들은 척 보조다리를 양팔에 끼고 서둘러 가버렸다. "엄마! 엄마도 봤지? 아빠 걷는 거…." 하지만 명지 엄마의 얼굴은 담담했다. "명지야, 놀라지 말고 들어. 언젠가는 너도 알게 될 거라 생각했어. 아빠는 보조다리가 필요 없는 정상인이야. 우리가 고속도로에서 사고 당했을 때 아빠는 팔만 다치셨어. 그런데 4년 동안 보조다리를 짚고 다니신 거야. 너 혼자 아프게 해서는 안 된다고… 성한 몸으로는 누구도 아픈 너를 위로할 수 없다고 말야." 

엄마의 말에 명지는 울음이 터져나왔다. "명지야, 울지 마…. 그렇게라도 하지 않았으면 아빠는 견디지 못하셨을 거야. 불편한 몸으로 살아오시며 너를 위로할 수 있는 자신의 모습을 아빠가 얼마나 자랑스러워하셨는데…. 오늘은 그 어린것이 교통사고로 너처럼 될까봐서…." 명지 엄마는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멀리 보이는 명지 아빠는 여전히 보조다리에 몸을 의지한 채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아빠를 바라보는 명지의 뺨 위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감사로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며 지존하신 이에게 네 서원을 갚으며 환난 날에 나를 부르라 내가 너를 건지리니 네가 나를 영화롭게 하리로다(시50:14∼15)"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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