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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상과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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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과 이상  

- 문성모 서울장신대 총장
 

정신병을 다루는 의사와 학자들은 정상과 이상을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한다. 이는 때와 장소, 문화적 환경에 따라서 정상과 이상의 혼돈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인간의 행동에 대해 정상과 이상을 판단하는 시각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첫째, 동기의 문제이다. 가령 손을 씻는 현상은 청결이라는 동기에서 볼 때 정상적 행동이다. 그러나 씻지 않아도 될 손을 계속 씻는 것은 이상한 행동이 된다. 치과 의사는 환자를 돌보고 손을 씻는 행위를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반복한다. 이는 정상이다. 그러나 가만히 집에 있는 사람이 시도 때도 없이 손을 씻으면 이는 정상이 아니다. 

둘째, 상황의 문제이다. 어떤 상황에서 발생했는지가 정상과 이상을 구분한다. 해변가에서 수영을 하려고 수영복을 입는 것은 정상이다. 그러나 같은 옷이라도 서울 종로 사거리에서 수영복을 입고 다니면 정신병자 취급을 받는다. 셋째, 시각의 문제이다. 누가 판단하느냐에 따라서 정상과 이상은 구분된다. 가령 방언이라는 현상을 목사가 볼 때는 정상적인 성령의 은사로 본다. 그러나 믿지 않는 정신과 의사가 볼 때는 이상한 현상이 된다. 

넷째, 이해관계의 문제이다. 뇌물을 받고 공금을 횡령해 감옥에 가는 사람들은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다. 그러나 그의 가족에게는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저지른 일로 이해되는 것이다. 다섯째, 문화의 문제이다. 요즘 젊은 여성들이 배꼽을 드러내고 허리 살을 보란 듯이 내보이는 현상은 나이 든 어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보면 대수로운 일도 아니다. 

우리는 나의 생각과 다른 사람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내가 상식적이고 정상적이라고 판단하는 생각이나 행동이 상대방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또한 다른 사람의 이해하지 못할 이상한 말이나 행동에 대해 곧바로 정죄하지 말고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내가 성실하게 살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도 다 나름대로 행동의 정당성에 대한 자기변명을 가지고 살아감을 인정해야 인간관계의 평화가 있다. 

교회는 인간들의 집단이기에 항상 크고 작은 갈등이 있다. 목회자는 교인들의 이해하지 못할 어떤 행동에 대해 야단치기 전에 '교인들이 주일에 얼마나 수고가 많을까'를 생각해주면 좋겠다. 교인들은 목회자를 향해 불평하기 전에 '우리 목사님이 목회하느라 얼마나 힘드실까'라고 배려하는 마음이 있다면 평화로운 공동체가 될 것이다. 이는 가정이나 직장이나 사회생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은 모두 자기가 정상이라고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고 주장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말과 행동이 자기의 것과 맞지 않으면 모두 정상이 아니라고 간주하며 비판과 싸움과 갈등을 야기한다. 우리 모두가 불완전한 인간임을 인정하면서 상대방의 '같지 않음'에 대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임을 인정하며 "할 수 있거든 모든 사람과 평화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실천해야 하겠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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