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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경제학, 성경에 길을 묻다] 주식거래 투자인가, 투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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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성경에 길을 묻다] 주식거래 투자인가, 투기인가

- 권명중(연세대 교수)
 

유월이 되니 집 앞뜰에서 단아한 자태를 뽐냈던 튤립이 시들어 몰골이 흉하기만 하다. 이 튤립 뿌리 하나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중심가의 집 3채 값까지 올라갔던 때가 있었다. 1600년대 중반 튤립이 꽃의 가치로는 1길더 내외였다. 그런데 튤립이 금융자산이 되어 투기 수요가 몰리자 그 가치가 6000길더까지 뛰었다. 당시 금싸라기보다 더 비싼 튤립 구근을 양파로 착각해 하인이 요리에 사용했고, 이 사고 때문에 재판이 열렸다. 판사가 튤립의 가치를 금융자산 가치가 아니라 꽃의 가치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로 인해 튤립 뿌리에 대한 투매가 일어나 그 가치가 원래 가격인 1길더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이 튤립 이야기는 주식을 사는 것이 투자인지, 투기인지를 가늠하는 하나의 기준을 제공한다. 투자와 투기의 판단 기준 중에 하나는 거래의 외부 효과이다. 예컨대 주식은 가격이 올라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지만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 그래서 주식은 투자이고 부동산은 종종 투기로 일갈(一喝)한다. 그런데 투자와 투기의 기준은 튤립 사건의 판결처럼 본래의 가치에 따라 거래되면 투기가 아니지만,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거래되면 투기라고 할 수도 있다. 이런 기준에 따라 주식 거래를 판단해보자. 어떤 회사 주식 가치는 그 회사가 앞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모든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것이다. 주식시장이 완전해서 주식 가격이 정확하게 이러한 가치를 반영하면 주식은 투기가 아니다. 그러나 주식시장에서는 정보 부족, 제한된 인지 능력, 제도적 결함 등으로 인해 주식 가격이 본래 가치보다 높거나 낮아지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때 시세 차익을 얻으려는 거래가 일어나는데, 이것은 투기로 간주할 수 있다. 

성경 관점의 주식 투자에 대한 판단은 튤립 판결과 비슷하다. 달란트 이야기(마 25:24∼30)처럼 주어진 자원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재산을 자기보다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기업에 맡기는 주식 투자가 윤리적으로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거래는 본래의 가치대로 거래가 되어야 한다(레 25:17∼18)는 측면에서 보면 '시세 차익'을 위한 주식 거래는 윤리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경제 위기의 이면에는 항상 주식시장의 과열이 있었고, 그 과열은 주가의 '시세 차익'을 탐하는 투기 수요로부터 시작되었다. 그 결말은 튤립 이야기가 잘 보여주고 있다. 요사이 주식시장이 반등 기미가 보이기 시작하자 돈을 빌려 주식 투자를 하는 액수가 4조원에 이르렀다고 한다. 평균적으로 주식 거래의 3분의 2가 시세 차익 거래인 것을 보면 이 중의 3분의 2는 빚을 내어 투기를 하고 있는 꼴이다. 경제 위기 극복의 첫 단추가 잘못 꿰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경제 위기 탈출은 주식 투자의 윤리적 점검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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