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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포도송이 같은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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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송이 같은 교회  

- 문성모 총장 (서울장신대)
 

포도는 많은 과일 중에서 특이한 모양을 하고 있다. 포도알 하나하나가 완성된 개별적인 개체이면서도 이것들이 모여서 포도송이라는 또 하나의 전체적인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포도알을 자세히 살펴보면 크기와 모양이 모두 다르다. 그리고 이것들이 이룬 포도송이도 똑같이 생긴 것이 하나도 없다. 이 포도송이들이 주렁주렁 붙어서 포도나무라는 또 하나의 군집된 작품을 형성한다. 

포도나무가 아름다우려면 붙어 있는 포도송이 중 하나라도 상하거나 떨어지지 않고 제자리를 지켜야 한다. 또한 포도송이 중에 포도알 하나라도 찢기거나 떨어져 버리면 그 포도송이의 상품가치가 추락하고 그 포도나무의 아름다움은 상실된다. 거대한 포도나무와 작은 포도알의 소중함이 동격으로 공존하고 있다. 포도나무는 전체의 성장과정에서 작은 포도알 하나하나의 가치를 귀하게 여기는 놀라운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일찍이 주님께서는 당신과 우리와의 관계를 포도나무와 가지에 비교했고 가지에 붙은 포도 열매에 비유하셨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포도나무에 붙어 있는 가지가 포도 열매를 많이 맺는다는 풍요로움의 결말로 끝난다. 주님은 왜 하필 그 많은 과일 중에서 포도와 관련해 풍요를 설명하셨을까? 예수님은 이 말씀 가운데서 포도나무의 전체적인 풍요를 위해서는 작은 포도송이 한 개와 하찮은 포도알 하나의 풍요가 바탕이 돼야 함을 강조하신 것이다. 

한국교회는 이 말씀을 깊이 새기면서 반성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전체적인 부흥은 이뤘는데 목회자가 행복하지 못하고 교인들은 피곤하다. 교회의 부흥을 위해서 교회 지도자들은 행복을 포기하고 성장을 위한 프로그램의 노예가 되어 버렸으며, 포도알에 해당하는 교인들을 들들 볶아서 교회 밖으로 한눈 팔지 못하게 만들었다. 목회는 성역이 아닌 사업이 되어 버렸다. 그 결과 교회는 풍요와 부흥을 이뤘으나 교인들의 삶은 지치고 피곤해졌다. 

한국교회는 이러한 위기상황을 직시해 심각하게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교회는 공동체의 성장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사람들을 혹사시키면 안 된다. 교회에 사람이 얼마나 많이 모였는가에 신경 쓰기보다는 모인 교인들 표정에 정말 행복한 빛이 있는가를 부지런히 살펴야 한다. 

교회는 커지는데 그 속의 교인들은 혹사당해 행복하지 못하면 그 목회는 실패한 것이다. 헌금은 풍요로워지는데 교인들 주머니는 자꾸 비어서 얼굴에 주름살이 늘어가게 해서는 안 된다. 너무도 바쁜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교인들은 맡은 직분에 충실하고 있다. 교회 지도자들이 해야 할 일은 이들에게 월급이나 감사패를 주는 일이 아니다. 이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한다. 세뇌를 시켜서 행복을 착각하게 만들면 안 된다. 정말 행복을 느끼게 해야 한다. 말씀으로 잘 먹이고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 눈물겨운 감동을 자아내게 해야 한다. 

한국의 목회는 인간이 보이는 목회가 됐으면 좋겠다. 목회자의 눈에 교인 한 사람 한 사람이 보여야 한다. 교인들이 목회자의 눈에 '목적'으로 보여야 한다. 목회자의 눈에 사람이 보일 때 그 목회는 비로소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교회에 아직도 '비전'만 보이고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영육이 피곤하고 행복이 없는 주일 하루가 또 지나고 있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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