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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잎사귀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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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사귀의 아름다움   

- 장경철 교수 (서울여대)
 

언제부터인가 나무 잎사귀의 아름다움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물론 꽃의 아름다움도 좋다. 근심하지 않고 환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꽃들의 아름다움은 우리를 설레게 한다. 하지만 잎사귀의 아름다움도 꽃의 아름다움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오래 지나지 않아 떨어지는 꽃에 비해 잎사귀의 생명력은 참으로 강인하다. 봄, 여름, 가을을 이어가는 동안 잎사귀는 자신의 삶에 충실하다. 

잎사귀의 아름다움은 성실한 아름다움이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도 잎사귀는 자신의 삶에 충실하다. 봄날에 학교 운동장에 서 있던 은행나무 잎사귀를 바라보면서 감탄했던 적이 있다. 그 잎사귀는 너무도 작고 여린 모습이었다. 과연 이것이 큰 잎사귀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크기는 작았지만 모양은 영락없는 은행나무 잎의 모습이었다. 나무는 잎사귀를 만들어낼 때, 작은 것이라고 하여 아무렇게나 만들지 않았다. 

잎사귀들은 함께하는 삶의 능력을 알고 있다. 무더운 여름이지만 무성한 잎사귀가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준다. 한여름의 더위에 우리에게 그늘을 제공해주는 것은 무수한 잎사귀들이 성실하게 그 자리를 지켜주기 때문이다. 이름 모를 잎사귀들이 함께 수고하면서 우리를 위하여 그늘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 하나하나야 별스러운 개성도 없고, 두드러지는 위엄도 없지만 잎사귀는 서로 협력하여 우리에게 시원한 녹음을 제공해준다. 무수한 잎사귀들이 함께 그 자리를 지켜주기에, 나무는 그 풍성함을 누릴 수 있다. 

잎사귀를 구체적으로 바라보기 전에는 거기 서 있는 나무의 모습만 볼 뿐이었다. 이제는 나무의 싱그러운 녹음을 만들어낸 잎사귀 하나하나의 삶을 느낄 수 있다. 

잎사귀의 아름다움은 자신의 생명을 다하는 순간까지 펼쳐진다. 잎사귀는 나무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하여 자신을 내려놓는다. 잎사귀의 내려놓음은 나무를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가을철 나무에 가장 황홀한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것은 잎사귀이다. 단풍나무를 붉게 물들이는 것도 잎사귀이며, 은행나무를 노랗게 채색하는 것도 잎사귀이다. 

시인의 표현대로, 나무는 자신이 버려야 할 것을 아는 순간 가장 황홀하게 불타오른다. 나무에 붙어 있는 잎사귀의 아름다움이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명을 마치는 낙엽을 향한 아름다움이 있다. 잎사귀가 걷고 있는 여행길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잎사귀는 봄에 순결한 모습으로 태어나서 여름에 성실하게 그 자리를 지켜주며, 가을에 미련 없이 나무를 떠난다. 지치기 쉬운 무더운 여름이다.

 오늘도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걷고 있는 나무 잎사귀의 성실함과 아름다움을 본받고 싶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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