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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경제학, 성경에 길을 묻다] 멀리 내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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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성경에 길을 묻다] 멀리 내다 보자

- 권명중(연세대 교수)
 

조선 말기 상인으로서 당대 최고의 재산가가 되었던 임상옥에 관한 이야기다. 그는 돈을 버는 데 천재적인 수완과 재물에 대한 천운을 타고났지만, 독특한 사업철학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사업의 본질을 '상즉인商卽人', 즉 사람으로 보았다. 

이런 철학을 드러내는 일화로서 홍경래와의 만남이 있다. 홍경래가 거사자금을 마련할 요량으로 임상옥의 집에 위장취업을 하였다. 홍경래의 일솜씨를 알아차린 임상옥이 그에게 서기(書記) 일을 맡겼다. 한번은 임상옥의 집에 고위 관료를 접대하는 일이 있었는데 대부분의 일꾼들은 높은 벼슬아치를 대하는 데 겁을 내고 당황했지만 홍경래만은 오히려 태연자약한 것을 임상옥은 놓치지 않았다. 이 일이 있은 후 임상옥은 홍경래를 불러 "그대는 조가(朝家)의 서기는 적합하나, 사가(私家)에서 장사꾼의 문서나 만질 분은 아닌 것 같다"고 하고 후사하여 그를 내보냈다. 

사업하는 사람이 인재를 보면 잡아두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나 임상옥은 그러지 않았다. 이것은 근시안적이고 단기적인 이익에 집착하면 가능한 일이 아니다. 임상옥은 사업을 '장기적인 관점'으로 이해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사람을 쓰는 일과 사람과의 신의가 사업의 핵심임을 꿰뚫고 있었다. 

경제에서 '장기적인 관점'을 필요로 하는 것이 저축과 투자이다. 미래에 대한 계획과 염려가 없으면 저축을 하기 어렵고 미래수요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한때 세계 1위였던 우리나라 저축률이 2000년대부터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내년에는 세계에서 꼴찌가 된다고 한다. 40%내외를 구가하던 국내투자율도 2000년대부터 20% 후반에서 올라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저축과 투자가 되지 않으면 성장잠재력이 떨어져 장기적으로 고용과 소득이 줄어들게 된다. 

가계저축과 기업투자가 떨어지는 이유를 사교육비, 주거비, 반기업 정서, 산업의 전환기 등 여러 가지로 설명하지만, 본질적으로는 경제주체들의 생각과 안목이 짧아진 것이 원인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근시안이어서 임상옥과 같이 장기적인 안목을 갖기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상대적으로 눈앞의 이익에 더 급급하게 되고, 즉물적이 되어가는 것은 경제적으로 큰 문제다. 

근시안적인 인간 본성과 다르게 성경에서 일어나는 하나님의 일은 장기적이다. 예컨대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가나안 땅을 준다는 것은 400년이 지난 후에 실현되었고, 갈렙이 약속대로 헤브론 땅을 받는 데 45년이 걸렸다(수 14장). 하나님의 계획과 역사가 긴 시간의 호흡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인간의 사고와 이해도 장기적인 관점에 맞추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는 것은 인간 본성에 반하는 것이므로 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 건강한 경제를 만드는 데 교회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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