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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선교지에서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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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지에서 생긴 일

- Sergei(모스크바 선교사)


필자는 비판을 좋아하지 않는다. 비판함으로 비판을 받기 때문이고, 그럴 만한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타인의 비판에 대하여 “너희의 판단하는 것이 내게는 매우 작은 일이라”는 바울의 고백을 매우 좋아한다.

필자가 기꺼이 비판을 하는 것은 모두의 발전과 개혁을 염두에 둘 때다. 이것을 건설적인 비판이라고 하고, 대안을 가진 비판이라고 한다. 필자는 이것은 늘 개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비판적인 성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의식을 가진 중년의 고민이라고 이해해주면 좋겠다. 그래서 오늘은 가벼운 재미있는 글을 선사하고 잠깐이라도 함께 웃고 싶은 생각이 든다. 현장에서 생긴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많지만 몇 가지 생각나는 것을 소개한다.

1. 90년대 초 러시아, 겁도 없이 열정만 가지고 들어와 교회사역을 하면서 있었던 일이다. 어느 주일에 성찬식을 거행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가지고 온 도색한 금잔을 돌리며 성찬식을 진행하였는데, 성찬식 후에 잔이 하나 둘씩 없어지는 것이다. 작은 금잔이 예쁘고 멋이 있어서 그랬는지 잔을 마신 후에는 주머니 속으로 집어넣어 가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었다.

야, 회개하고 기도하고 성찬을 받은 후에 잔을 주머니 속에 넣어 말도 없이 가져가다니, 이것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골몰하다가 꾀를 내었다. 성찬식을 제자리에 앉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앞으로 나와서 받는 것으로 방법을 바꾼 것이다. 한 줄로 서서 떡과 잔을 받아 마시고 나가게 했다. 질서 있고, 앉아서 받는 것보다는 성의가 있어 보였고, 잔을 잃어버릴 염려도 없고, 숫자가 많지 않았는지라 이런 방법도 나쁘지 않았다.

매달 행하는 성찬식, 어느 주일날 여느 때와 같이 성찬식을 거행하였다. 그런데 잔을 받아 든 한 할머니 성도가 잔을 코 앞에서 빙빙 돌리며 포도주 냄새를 맡는 것이 아닌가! 그러다가 “야~ 향기 좋다~!” 하고는 잔을 들이키는 것이다. 그리고 입에 한참 머금고 눈을 지긋이 감고 있다가 삼킨 후, “오이~, 오친 구스나(정말 맛있다)” 하면서 하는 말, “이쇼 아진 모즈나(한 잔 더 가능합니까?)”

나는 가운을 입고서 매우 경건하고 깨나 엄숙한 얼굴로 의식을 갖추고 있었는데, 한 잔 더 달라는 소리에 경건치 못한 웃음이 덜컥 솟구치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손짓으로 빨리 가라고 하였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나에게 성부 성자 성호를 그으면서 절을 하고 간다. 참으로 할 말을 잃고 멍하게 있었던 때가 있었다. 돌아보니 실소를 금할 수밖에 없는 지난 이야기이지만,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었던 때가 생각이 난다.

2. 한 유학생이 언어연수 과정을 하는 중이었다. 동양인에게 낯선 러시아어가 얼마나 어렵고 지겨운지 몰라, 하품을 하면서 강의에 참석하고 있었던 러시아 문학시간 여학생을 보며, 러시아 교수님은 푸쉬킨의 긴 시를 무드를 잡고 음률에 맞추어 암송하면서 자랑을 하더란다.

한참을 암송하고 나서는 학생에게 질문하기를 “당신네 나라에도 이렇게 유명한 시인이 있겠지요?”. 이 말에 자존심이 상한 여학생은 “그럼요. 우리나라에도 유명한 시인이 아주 많습니다”. 라고 자신 있게 대답하였는데, 선생님은 바로 이어서 그 분의 시를 한 편 암송해 달라고 주문하더란다.

갑자기 당황한 여학생, 우리 나라도 시를 암송하지만 러시아 선생님이나 학생들처럼 시를 거의 매일, 한 주일에 몇 개씩 암송하지는 않는데, 그러나 이내 침착하게 마음을 가다듬고 생각나는 윤동주의 서시를 암송하였단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다행스럽게 잘 암송하였다.

그런데 선생님은 질문하기를 “오! 시가 그렇게 짧으냐” 하면서 놀라는 모습을 보고, 자존심 상한 여학생은 다시 시를 이어갔단다. “학교 종이 땡 땡 땡 어서 모이자,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 그리고 덧붙여 여러 가지 생각나는 노래 가사를 낭송하였단다. “쨍 하고 해 뜰 날 돌아온단다” 등…….

좀 길게 한 다음, 맨 마지막에 후렴구로 “학교종이 울린다. 땡! 땡! 땡!” 하고서 마친 것이다. 시를 경청하고 있던 선생님, “야, 멋있다”고 하시면서 “마지막에 ‘땡! 땡! 땡!’이 무엇이냐”고 묻더란다. 그래서 이미 엎질러진 물, 대충 생각나는대로 “그것은 오랜만에 만났을 때에 아주 반가워 하는 인사”라고 하였단다. 그리고 무사히 수업을 마치고 일주일이 지난 후, 선생님 집으로 개인 수업을 하러 갔단다. 벨을 누르고 기다리고 있는데, 문을 열고 나오는 선생님, 학생의 이름을 부르며 반갑게 힘찬 목소리로 “땡! 땡! 땡! 땡! 땡!” 연타를 치더란다. 부끄러움과 당황스러움 속에 쥐구멍이라도 들어가 숨고 싶었다고 고백하는 소리에 듣고 있던 모든 사람들, “하하하” 웃으면서 모두 합창으로 “땡! 땡! 땡! 땡!”

나의 자녀들은 학교에서 시를 암기하는 시간에 한국시를 암송한다고 하면서 주기도문을 하고, 마지막에 “아멘”까지 하였는데도 잘햇다고 칭찬을 하더란다.

3. 언젠가 지방도시에 세미나를 위하여 나갔다. 보통 700Km 정도 기차 타고 나가서 며칠 동안 집중강의를 하고 돌아오는 것이다. 모스크바에서 북쪽으로 ‘볼로그다’ 라는 도시에 갔다. 시간을 내어서 함께 한 동료들과 같이 문화 체험을 위하여, 러시아 “반야”라고 이름하는 공동 목욕탕엘 갔다.

남탕 표시를 보고서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이게 웬일인가, 나이가 좀 지긋한 아주머니가 출입구 책상에 앉아서 수건을 내어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 일행들이 놀라서 망설이다가 탈의를 하고, 수건으로 적당하게 가린 다음 탕으로 들어갔다.

무슨 이런 일이 있는고 하면서 사우나실에 들어갔다가 모두들 냉탕으로 들어갔다. 얼음장 같은 물이었다. 모두들 시원하게 몸을 담그다 추워질 만하여 나오려고 하는데, 이제는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걸레를 들고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모두들 동시에 아차 싶어서 다시 냉탕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속히 아주머니가 나가기를 기다리는데, 웬일, 계속하여 머뭇거리면서 청소를 하는 것이 아닌가? 모두들 덜덜 떨면서 한국말로 빨리 나가세요. 하면서 황당해 하였다.

러시아 반야의 즐거움을 누리면서 사우나를 마치고 이제 다시 탈의실을 향하여 가는데, 출입구를 지키는 아주머니와 탈의한 남자들이 아주 여유 있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이 아닌가! 또 한 번 놀란 우리는 멀리서 지켜보며 “야, 이것이 이 나라 문화인가? 어떻게 이해하고 설명하여야 할까” 서로 중얼거리던 때가 있었다. 우리는 숨기고 감추는 체면, 차리는 은둔 문화라고 한다면, 이곳은 서로가 아는 사실에 대하여 숨김없이 표현하고 나타내는 자유 분방한 문화라고 할까? 재미있는 일들이었다. 문화의 차이가 이런가 하면서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시간들이었다.

- 출처 : 크리스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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