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칼럼 결혼의 사계(四季)

첨부 1


결혼의 사계(四季)  

- 이지현 기자 (국민일보)
 

"결혼은 상대방의 육체와 감정, 관심의 독점을 가져다준다. 결혼으로 사랑은 하나의 재산이 되었기 때문에 부부는 더 이상 상대에게 사랑스럽게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그들은 권태를 느끼고 아름다움이 사라진 상대에게 실망한다. 상대가 변한 원인을 찾으며 속았다는 느낌을 갖는다. 그들은 이미 서로 사랑할 때의 모습이 아닌 자신을 깨닫지 못한다."(에리히 프롬 '소유냐 삶이냐' 중에서)

부부는 결혼을 통해 사랑을 소유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계약관계에 발생하는 것이 '소유'다. 계약을 맺으면 계약대로 해줄 것을 요구하게 된다. 이런 계약개념을 결혼생활의 기초로 삼는다면 불행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부부는 계약이 아닌 언약관계다. 언약은 다른 사람의 유익을 위해서 맺어진 관계다. 무조건적인 약속이며 변함없는 사랑이 밑바탕이다. 한번 헌신하면 영원히 헌신하는 언약관계에는 용서가 꼭 있어야 한다. 우린 결혼생활을 통해 얼마나 많은 헌신과 용서를 경험하고 있을까. 

결혼생활을 사계절에 비유해 보고 싶다. 계절마다 부부는 상대에게 바라는 것이 달라진다. 봄은 자녀가 없는 신혼기다. 봄의 아내는 친구 같은 남편을 원한다. 가사 분담은 기본이고 집안의 대소사는 민주적으로 시댁과 친정을 동등하게, 아내의 기념일을 잊지 않고 가정을 우선시하는 성실한 남편을 바란다. 봄의 남편은 센스 있는 아내를 원한다. 기왕이면 맞벌이 아내이길 바란다. 깔끔한 집안 가꾸기와 세련된 옷차림, 아이를 낳아도 여전히 애인 같은 아내가 으뜸이다.

여름은 눈코 뜰 새 없는 자녀양육기다. 여름의 아내는 인정받는 남편을 원한다. 사회와 가정에서 열심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면서 자녀교육에도 관심을 보여주며 가끔은 아내만을 위한 이벤트를 준비할 수 있는 낭만적인 모습을 간직한 남편이 이상형이다. 여름의 남편은 슈퍼우먼 아내가 좋다. 자녀교육은 현명하게, 어른공경은 지혜롭게, 정보에 빠르고 사회 흐름을 파악하며 부업이나 재테크에 관심이 있는 아내,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발전적인 모습도 함께 기대한다. 

가을은 10대 자녀들과 함께 사는 중년기다. 가을의 아내는 안정적인 남편을 꿈꾼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안정적 위치에 있으며 주변 사람들에게 넉넉함을 나눌 줄 알면서도 앞날을 대비할 줄 아는 남편을 바란다. 건강을 위해 운동도 꾸준히 하면서 미래를 계획하는 모습을 원한다. 가을의 남편은 생기있는 아내를 꿈꾼다. 자녀양육에서 자유로워지기 시작하는 시점이지만 자녀와 남편을 위해 계속 관심을 갖는 아내 모습을 원한다. 또 자기만의 취미생활도 열심히 하고 건강과 젊음을 유지해 부부동반 모임에 스타가 될 수 있는 아내를 원한다.

겨울은 20년 이상 지속되는 노년기다. 겨울의 아내는 활력있는 남편을 그린다. 남편이 현실에 충실하면서도 퇴직 후에도 자신의 일을 꾸준히 하고 함께하는 시간을 점점 늘려가는 다정함도 갖추길 바란다. 겨울의 남편은 정감있는 아내를 꿈꾼다. 따뜻한 밥과 정성어린 반찬을 챙겨주며 남편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길 원한다. 

사계절마다 바라는 부부의 욕구를 채워주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기도 하다. 서로에게 바라기만 한다면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헌신과 용서가 밑바탕이 된 '언약관계'를 유지한다면 행복한 부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출처 : 국민일보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