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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침묵의 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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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영성  

- 이동원 목사 (지구촌교회 담임)
 

오늘 우리는 소통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 결과 신입사원 면접에도, 대학 입학 구두시험에도, 상담자와 내담자 간 대화에도, 목회자의 설교에도, 예배 순서에도 침묵이 자리잡을 여백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됐다. 우리는 언어가 범람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어디를 가나 시끄러운 소음이 우리를 마중한다. 그리고 이 넘치는 소리의 마당에서 우리는 삶을 만들어가고 있다.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 그러나 태초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성서는 창조주께서 말씀을 시작하면서 이뤄가는 거대한 창조의 파노라마를 펼쳐 보인다. 그러나 말씀이 시작되기 전 영원의 커튼 속에서 그는 실로 매우 오랜 세월을 침묵하고 계셨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 오랜 침묵의 지성소에서 흘러나온 말씀이어서 그토록 위대한 창조가 가능한 것은 아니었을까. 빛이 있기 전 영원한 어둠이 먼저 있었던 것이다.

여호와는 모세의 출애굽 드라마를 시작하시기 전 40년 동안 미디안 사막의 침묵을 요구하셨다. 그는 또한 홍해 앞에서 절망하고 당황해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가만히 서서 여호와의 구원하심을 보라"고 말씀하셨다. 여호와는 모세의 승계자 여호수아가 여리고성 정복을 위해 그 성을 도는 엿새 동안 침묵으로 행진할 것을 요구하셨다. 예수님도 공생애의 사역을 시작하시기 전 광야에 들어가 40일 침묵의 시간을 보내셨다.

우리가 침묵을 낯설어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침묵과 친해질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침묵을 시간 낭비로 생각한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위대한 인류의 창조물들은 침묵에서 나온 사유의 결과가 아니던가. 우리 중에는 침묵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다. 그러나 영성가들은 저 두려움의 산 건너편에 진실로 따뜻한 침묵의 양지가 있다고 가르친다. 침묵은 어두움도 아니다. 그것은 십자가의 성 요한의 증언처럼 '빛나는 밤'이다.

휴가의 계절에 침묵의 시간을 계획하도록 제안하고 싶다. 우리의 침묵의 여백에 임하실 거룩한 영과의 만남을 사모하며 말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하나님의 임재에 들어가는 패스워드는 침묵"이라고 말한다. 암모나스는 "침묵의 힘은 얼마나 철저하게 우리를 치료하는지, 또한 침묵은 하나님께 얼마나 기쁨이 되는지 알려주고 싶다"고 말한다. 리처드 포스터는 "침묵의 한복판에는 매우 고요하고 매우 평화로우며 매우 침착한 주님이 계신다"고 말한다. 그런 주님을 경험하는 침묵의 휴가를 떠나보자.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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