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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은혜’는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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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는 힘이 세다     
 
- 장경철 교수 (서울여대)
 

사람마다 음식 취향이 다르다. 잘 버무린 양념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양념은 최소한으로 쓰거나 아예 넣지 않은 담백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미식가들의 말로는 재료의 고유한 맛을 느끼게 만드는 음식이 진정으로 맛있는 음식이라고 한다. 쌀이 맛있고 빵이 맛있고 야채와 고기가 맛있는 음식이 진정으로 맛있는 음식이란 것이다. 그러니 달짝지근하거나 현란한 맛을 뽐내는 양념은 좋은 양념이 아니란 것이다. 양념의 맛이 강한 음식은 그 다음 음식에 대한 미각을 잃어버리게 만든다. 좋은 양념은 재료의 본래 특색을 손상시키지 않고, 그 특색을 잘 드러내 주도록 만드는 양념이다.

하나님의 은혜는 좋은 양념의 역할을 한다. 은혜는 우리를 천편일률적인 존재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은혜가 스며들면 오히려 우리 영혼의 본래 모습이 회복된다.

은혜에 대해서 바른 이해를 갖지 못해서 한동안 크게 절망했던 적이 있다. 무엇을 하든지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비슷한 잘못을 자주 반복하는 나의 모습이 싫었다. '왜 내 모습은 이 모양 이 꼴인가? 내가 은혜를 받지 못해서 그런가?'

나를 용납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면서, 내가 나를 보는 눈길이 바뀌었다. 내 허물을 알면서도 나를 포기하지 않으시는 사랑을 느끼게 되었다. 하나님이 나를 귀하게 보시기에, 나도 나를 귀하게 여겨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은혜의 시선은 우리 자신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자신의 존재를 용납하는 사람이 타인의 모습도 있는 그대로 용납하는 법이다.

하나님의 은혜 안에는 시신경 세포를 소생시키는 힘이 있다. 은혜는 우리로 하여금 사건과 사람의 아름다움을 보도록 만든다. 은혜를 받은 사람은 자신의 삶에 자주 찾아오는 손님들을 환대하기 시작한다. 나의 시간과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움에 눈을 뜨게 된다.

은혜를 받고 난 이후에 집으로 향한 길이 너무 달라보였던 경험이 있다. '이 길이 아침에 걸었던 길이 맞는가? 아침에는 어둡고 칙칙한 길로 알았는데, 지금 보니 밝고 깨끗한 길이로구나. 이토록 푸른 나무가 바로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을 어찌 모르고 살았다는 말인가!'

죽은 영혼이 살아나고 잠자는 존재가 깨어나는 놀랍고도 신비한 경험이었다.

한 교수님의 표현이 기억에 새롭다. 그는 은혜를 받고 교정에 나갔다가 한 벚꽃나무와 마주쳤다. 그 나무는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나는 살아있다!"

하나님의 은혜 안에 담긴 소생의 힘이 우리 가운데 퍼지기를 소원한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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