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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국사회 다문화化’ 기독교가 선구적 역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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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다문화化’ 기독교가 선구적 역할을  

- 이장형 백석대 기독교윤리학과 교수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한국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얼마 전 국내 거주 외국인 수가 110만명이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도시뿐 아니라 농어촌에서도 쉽게 외국인을 접하게 된다. 통계를 보면 2002년 3만4710명이던 국제결혼 이민자가 2008년에는 12만1168명으로 증가했다. 2007년에는 외국인과의 혼인이 3만8000여건으로 전체 결혼의 11%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농어촌에서는 40% 이상 된다. 초등학교에서도 많은 외국인 강사들을 만나게 된다. TV에서도 어눌한 한국어 발음을 소재 삼아 오락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한다. 이주 외국인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도 있다. 이처럼 급속히 확대되는 다문화를 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즉 인권적 시각에서 벗어나 진정한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에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노동 관련 기본권 보장 문제, 부정직한 소개자들에 의해 온 결혼이민자 관련 폭력 및 학대 문제, 이주동포 및 탈북자 대우 문제 등 거론하기 부끄러운 수준의 인권보장과 관련된 문제들이 많았다. 물론 아직도 미비한 점들이 있지만 외국인과 관련된 법적, 제도적 문제은 많이 보완됐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도 많이 해소되고, 다문화가족지원법 제정과 다문화센터 설립 등을 통한 경제적 지원도 많아졌다. 내국인들은 잘 느끼지 못하지만 우리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인 결혼가정 이민자, 외국인 노동자, 탈북자(새터민)들을 위한 여러 정책과 제도들이 시행되고 있다. 

선진국 사례를 보더라도 다문화 사회 초기에는 동화주의적 관점에서 다문화 사회를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를 '용광로 이론'이라고 한다. 다양한 구성원들의 문화와 태도를 하나로 녹여 동일한 것으로 만들어 내려는 태도를 갖기 쉽다는 것이다. 아직도 많은 시민들은 외국인에 대해 막연한 피해의식을 갖거나 무시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태도로는 바람직한 다문화 사회를 이뤄갈 수 없다. 이제는 '샐러드 용기 이론'이 더 적절하다. 즉 유입돼 온 여러 종족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의식 수준이 필요하다. 

기독교는 이미 유대교의 종족주의와 민족주의를 극복한 바람직한 다문화화의 모델을 제시한 바 있다. 유대교는 유대인들에게만 구원이 가능한, 유대인 중심의 종교체계다. 유대인이 아니라면 모두가 이방인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기독교의 구원과 복음은 유대인과 이방인을 가리지 않고 보편적으로 열려 있다. 기독교는 이스라엘이라는 지역적, 민족적 한계를 넘어 온 세계인을 대상으로 구원의 길을 제시하는 세계 종교다. 

한국사회의 다문화화 과정에서 기독교는 가장 선구적인 자리에 있어야 한다. 나와 다른 사람들을 용인해 주고 받아들인다는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 그들을 귀한 존재로 인정하고 격려해주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근본적인 변화와 구체적인 배려를 통해 선도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 사회는 급속히 다문화화되고 있다. 내가 정서적으로 싫다고 해서 이 문제를 피해갈 수 없다. 그런데 다문화 과정 속에서 누군가 기득권을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있게 마련이다. 사실 이 문제가 다문화화 과정의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다. 

다문화 사회로의 진입이 한 사회가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혼란에 빠지는 부정적인 모습으로 전개되면 안 된다. 다양한 구성원들이 공존하는 문화적 다양성을 증진시키는 바람직한 차원으로 전개돼야 한다. 이 일은 일정한 자기포기와 손해를 감수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한국교회는 그동안 한국사회의 다문화화에 크게 기여해 왔다. 앞으로도 기독교인들의 신앙적 실천이 바람직한 다문화 사회로의 이행을 선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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