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칼럼 코르사코프 항구는 울지 않는다

첨부 1


코르사코프 항구는 울지 않는다  
    
 -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사할린의 코르사코프 항구는 햇살이 눈부시다. 배들이 꿈을 꾸듯 정박해 있다. 푸른 물결, 선선한 바람, 손에 닿을 듯한 수평선은 한 폭의 수채화처럼 펼쳐진다. 그러나 그곳에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사할린 동포들의 비극적 애환이 서려 있다. 우리 민족은 일제 36년 동안 온갖 수치와 모욕을 당했다. 남자들은 강제징용을 당해 탄광, 비행장, 도로 건설 현장에서 짐승처럼 일해야 했다. 일본군은 조선의 여자들을 정신대로 끌고 가서 애를 배면 낙태를 시켰고 무참히 죽이기도 했다. 특히 사할린으로 강제 징용된 이주민들의 비극적 역사는 더 눈물겨웠다. 그러나 결국 그 비극적 역사의 긴 터널도 끝이 보였다. 미국이 원자폭탄을 투하해 일본이 패망하고 우리는 해방을 맞게 된 것이다. 

그때 코르사코프 항구에는 수만명의 조선인들이 모였다. 배를 타고 고국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나 무정하게도 항구로 들어오는 배는 일본 배뿐이었다. 조선의 배는 들어오지 않았다. 일본 배는 강제 노역을 시켰으면 사죄하는 마음으로라도 고국으로 태워다 주어야 하는데 그냥 떠나버렸다. 그래서 망향의 슬픔에 빠져 정신을 잃고 죽은 사람도 있었고, 어떤 이들은 힘없는 조국을 원망하며 다시 사할린 곳곳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코르사코프 항구를 망향의 언덕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사할린 동포들은 좌절하지 않았다. 고국으로 돌아갈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고국으로 돌아가고 말겠다는 꿈을 꾸며 더 열심히 일하였다. 그래서 러시아 사람들에게 조선인은 부지런하고 지혜로운 사람들이라는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사할린의 주류사회로 진입하였다. 그들은 역사의 수레바퀴 아래 무참히 짓밟혔지만 들풀처럼 다시 일어서서 꽃을 피웠다. 그래서 지금은 사할린에서 없어서는 안 될 엘리트 계층이 되고 주류사회를 이룬 것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마찬가지다. 우리 영혼의 항구에는 절망과 좌절의 배가 정박할 수 없다. 꿈과 소망의 배만이 정박해 있다. 우리는 그 소망의 항구에서 배를 타고 꿈의 신대륙을 향해 떠나는 사람들이다. 

요즘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한다. 정신적 패닉상태에 빠져 우울증에 시달린다. 사이코패스들이 판을 치기도 한다. 소망이 없다고 말한다. 패배와 좌절의 바이러스가 번져간다. 그러나 코르사코프 항구는 우리에게 말한다. 가장 큰 비극은 우리의 가슴에서 꿈과 소망을 지우는 것이라고 말이다. 

사할린의 강제이주민들은 그리운 고향으로 돌아갈 꿈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고국으로 돌아와 안산 고향마을에 거주하는 꿈을 이루기도 했다. 또 그들은 언제든지 고국에 오고 싶을 때 올 수 있는 부와 여력을 갖추었지 않은가. 코르사코프 항구는 더 이상 울지 않는다. 그곳에는 가장 처참한 비극적 역사의 칼바람에 굴하지 않은 승자의 미소, 그 눈물겨운 소망의 스토리가 해안가를 떠도는 바람과 함께 거닐고 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누가 뭐래도 가슴에 소망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이제 소망을 말하자. 긍정과 희망의 심포니를 울리자. 고난과 역경의 바람에도 굴복하지 말고 역사의 들판에 찬란한 희망의 꽃을 피우자. 
 
- 출처 : 국민일보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