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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좋은 언어를 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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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언어를 옮기자    
 
- 장경철 교수 (서울여대)
 

머리카락을 주워서 쓰레기통에 옮기는 일을 집에서 자주 한다. 여자 넷과 함께 살아가고 있으니 긴 머리카락이 수시로 눈에 띈다. 식구들이 다 대머리가 되라고 바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얘길 사석에서 했더니 어떤 분이 이렇게 말했다. "교수님은 버린다고 말하지 않고, 옮긴다고 말하네요." 

머리카락을 옮기면서 인생은 옮기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강의를 하는 것도 언어를 통해 탁월한 체험과 사상을 옮기는 것이다. 어떤 언어를 옮기느냐에 따라서 탁월한 체험이 흘러가기도 하고, 그저 그런 만남이 되기도 한다.

삶은 끝없는 옮김의 과정이다. 옮기는 일에 종사하면서 한 가지 물음을 해소하게 되었다. 예전에 부흥회에서 은혜를 받았다. 말씀을 듣고 깨닫는 일은 매우 행복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에 있었다. 깨달음을 얻는 것은 좋았으나 막상 그것을 실행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때 내가 직면한 물음은 방문과 거주의 차이에 관한 것이었다. 좋은 것이 나를 방문했으나, 내 성품 속에 머물지 않았던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지 내게 찾아온 좋은 것들이 내 안에 머물도록 만들 수 있을까?' 좋은 것들을 내 세포 안에 거주하게 하는 일에 자주 실패하니,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에 대해서도 회의가 생기기 시작했다. '매번 좋은 것을 듣기만 하면 뭐 하는가? 내것이 되지 않는데.'

오랜 고민과 시행착오를 거쳐서 내가 들은 좋은 것들을 옮기는 것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음을 체험하게 되었다. 어떤 내용을 듣기만 했을 때, 내 안에 잠시 머물다가 사라졌다. 하지만 내가 다른 곳에 가서 전달하고 옮긴 것들은 내 안에 살아남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좋은 언어를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을 통해 가장 큰 혜택을 보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하나님이 내게 학생들을 보내주신 것은 나를 돕기 위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이런 걸 깨닫고 나니 학생들이 고마워졌다. 또 옮김과 유통의 과정을 통해 변화의 원리도 터득했다. 내가 전달하는 것이 나를 거치면서 내 속에 스며든다는 걸 알게 됐다.

다른 사람에 대한 험담을 옮기다 보면 내가 나쁜 것에 물든다. 비교적 좋은 사람이지만 타인의 허물을 옮기는 경우가 있다. 시간이 흐른 후에 보면, 그 사람도 꽤 나쁜 상태에 빠져 있음을 보게 된다. 반면 좋은 언어를 옮기면 내가 그 좋은 말에 물들게 된다. 내게 좋은 것이 없기에 타인의 좋은 것을 기뻐하면서 옮기다가 내 속에 좋은 것이 거주하게 되는 경험을 한다.

좋은 언어를 옮기자. 그것은 우리의 지성과 감성과 인격을 물들게 하는 일에 최고의 투자가 될 것이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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