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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홀로 있음’의 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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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있음’의 영성  
     
- 이동원 목사 (지구촌교회) 


나는 때로 고독을 느낀다. 바쁘고 일이 많아지면 더 외로움을 느낀다. 내 주변에는 사람들이 넘쳐나지만 그것이 내 외로움을 해소하지는 못한다. 나는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의 빚을 지며 살고 있다. 나는 좋은 가족, 좋은 교회를 선물로 받았다. 그렇다고 내가 외롭지 않다고 말하면 그것은 정직한 고백이 아닐 것이다. 얼마 후 가을이 오면 나는 더 진한 외로움과 싸우게 될 것이다. 어쩌면 나의 외로움은 나의 실존 방식일지 모른다. 

고독은 영어로 'loneliness'로 표기한다. 그런데 영어에는 고독과 유사한 의미를 지닌 'solitude'라는 말도 있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평화롭고 유쾌한 상태에서의 홀로 있음"이다. 종종 이 단어는 고독과 구별하기 위해 '독거(獨居)'라는 말로 표기된다. '고독'이란 말이 다소간 부정적이고 감상적인 뉘앙스를 담고 있다면, '독거'는 긍정적이고 존재론적 의미를 담아내고 있는 말이다. 

그런데 예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영성가들은 성도들의 영성적 실존을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독거'라고 말한다. 독거를 배우기까지 우리는 진정 풍요한 존재가 될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진정한 영성적 독거는 단순히 '홀로 있음'이 아닌 '하나님과의 홀로 있음(alone with God)'이라고 말한다. 우리 인간의 병적인 고독은 오직 독거를 통해서만 진정한 실존적 독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제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온다. 가을은 고독의 계절이다. 이 고독한 계절을 풍요한 계절로 바꾸는 유일한 처방은 나의 '존재의 근거(ground of being)'이신 주님께 나아가 그분과의 사랑에 빠지는 것뿐이다. 조금씩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이 계절에 이제 창을 열고, 창 넘어 찾아오는 고독의 손님을 독거의 영성으로 마중하기로 하자. 

전통적인 새벽 기도의 열심을 다시 회복했으면 한다. QT에 익숙한 성도들도 다시 묵상의 불을 지피면서 가을맞이 준비를 했으면 한다. 그리고 '거룩한 독서(Lectio Divina)'를 위해 우리 손에 다시 경건한 책들을 잡았으면 한다. 특히 오랜 세월 우리의 영혼을 깨워온 영성적 고전들을 다시 읽었으면 한다.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드리는 조용한 기도의 자리에 그분의 임재가 충만하다면 우리는 마침내 그분과의 홀로 있음의 영성을 학습하게 된 것이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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