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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평범한 삶이 주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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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삶이 주는 행복  

- 장경철 교수 (서울여대)
 

청년 수련회에서 특강한 뒤 한 청년에게 질문을 받았다. 

"교수님은 언제 행복하십니까?"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예수를 믿고 행복한 것은 빼고 말해달라고 했다. 내 마음속에서 그것을 왜 빼야 하는지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했으나, 나는 답을 생각해 보았다. 언제 행복한가? 행복한 순간이 많이 증가한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한때 염세주의에 빠졌을 때가 있었다. 그때는 밤이 싫었다. 밤이면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시계 초침 소리가 매우 크게 들렸다. 그 시절과 현재를 비교해 보자면 요즘에는 눈을 감으면 잠을 잘 자게 됐으니 행복하다. 

그 시절에는 식사 시간도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다. 매번 먹던 음식만 먹어서 식사 시간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식사 기도에 대한 농담이 생각난다. 한 사람이 식사 기도를 하지 않고 숟가락을 들었다. 옆에 있던 사람이 물었다. 

"왜 식사 기도를 안 하시죠?" 

"이 메뉴는 벌써 수도 없이 감사 기도를 했거든요." 

물론 새로운 음식을 접하는 행복도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 생선초밥을 먹었던 기억은 아직도 새롭다. 초밥을 입에 넣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뭐 이런 음식이 다 있는가?' 매운 맛이 견디기 쉽지 않았지만, 가격으로 봐서 싼 음식 같지 않았기에 그래도 열심히 먹었다. 그후 더 비싼 초밥도 먹었지만 첫 번째 먹었던 때만 가장 또렷하게 기억난다. 아마 영광은 첫 번째가 가져가는 모양이다. 새로운 음식을 먹는 행복도 잠깐이다. 

이제는 식사 시간에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누구와 어떤 대화를 나눴는가에 따라 그때의 식탁이 기억된다. 예전에 석 달 동안 멘토(mentor)가 되는 분과 거의 매일 함께 식사했던 때가 있다. 비록 그 만남은 이제 끝났지만 그때 주고받았던 말들은 아직도 내 삶에 남아 있다. 언어가 인간 정신의 양식이 된다는 걸 그때 체험했다. 매일 자주 찾아오는 식사 시간, 가까운 이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가. 

이 모든 것이 은혜의 결과가 아닌가 한다. 은혜를 받고 난 이후 내 삶에 자주 찾아오는 것들을 환대하게 됐다. 은혜는 일상적 삶의 아름다움을 음미하도록 도와주었다. 인생의 돌파구는 새로운 것을 찾아 가짓수를 넓힘으로써 얻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내게 찾아오는 만남의 횟수를 사랑하면 삶의 해결책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을 깨닫게 된 것이 행복하다. 오늘도 내게 찾아오는 평범한 날의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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