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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나쁜 것과 더 나쁜 것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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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것과 더 나쁜 것 차이    
 
- 장경철 교수 (서울여대)
 

나는 중학교 시절 영어 공부가 참 어려웠다. 대문자와 소문자를 외우는 것도 버거운데, 인쇄체와 필기체까지 있어 헷갈렸던 기억이 있다. 더 짜증이 났던 것은 비교급이었다. 그냥 좋다, 나쁘다고 말하면 되지 왜 굳이 비교급과 최상급을 써서 더 나쁘다, 가장 나쁘다고 해야 하는지. 게다가 비교급이 불규칙이었을 경우에는 외우는 게 더 어려웠다.

비교급과 최상급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훨씬 뒤 인생의 여러 경험을 더 한 이후였다. 좋다 혹은 나쁘다라고 양분하는 말은 사실에 상응하는 표현이 아니라 지나친 단순화라는 걸 깨달았다. 세상에는 나쁜 것이 있지만, 그것보다 더 나쁜 것이 있고, 가장 나쁜 것이 있으며, 심지어 그것보다 더 나쁜 것도 있다. 그러니 나쁜 것은 더 나쁜 것에 견주면 나쁜 것이 아니었다.

이것을 깨닫기 전에는 상대방이 조금만 잘못해도 짜증이 났다. 그런 사람은 차갑게 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랬더니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상대방의 잘못은 금방 사라지고, 더 큰 잘못이 나를 괴롭혔다. 더 짜증나고 더 냉대해야 할 일이 쌓여 갔다.

이제는 상대방이 조금 잘못한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냉대하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너를 환대하지는 못할지라도, 용납은 해줄게. 그러니까 너만 있고, 너보다 더 나쁜 녀석을 데리고 오지는 말아.'

더 처참한 실패를 겪고 난 이후에 나쁜 것 안에 담겨 있는 은혜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현재의 실수는 더욱 큰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상대방과 나를 지켜주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쁜 것은 더욱 나쁜 것보다는 좋은 것이었다.

나쁜 것을 너무 냉대하지 않도록 하자. 잘못하는 사람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때로 아이들이 기분이 나빠서 문을 세게 닫고 들어가는 경우가 있었다. 이것을 무작정 야단치는 것은 지혜롭지 않다. 그런 아이를 야단친다면, 이 아이가 문 밖으로 나갈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도 아이가 집에 있다는 것이 감사한 일이 아닌가!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역할을 잘 수행하시는 이유는 좋게 보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세상 모든 것을 창조하신 후에 좋게 보셨다. 상대방의 허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을 좋게 보아주는 것도 능력이다. 상대방의 잘못 속에 담겨 있는 좋은 면을 인정하면서, 나쁜 것을 너무 나쁘게 보지 않도록 우리의 시선을 훈련하자. 나쁜 것은 더 나쁜 것보다는 좋은 것이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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