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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꽃은 길 위에 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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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길 위에 피지 않는다 
 
- 소강석 목사 (새에덴교회)


가을의 문턱, 어디를 가도 코스모스가 새색시처럼 수줍은 웃음과 향기로 반겨준다. 코스모스는 누가 뭐라 해도 인공미가 곁들여진 꽃이 아니다. 언제 보아도 시골스럽고 자연미가 넘치는 꽃이다. 정원이나 화단에 핀 꽃이 아니라 길가나 들판에 피는 꽃이기 때문이다. 

이런 코스모스가 하얀 빛깔, 분홍 빛깔로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노라면 어느덧 가을이 무르익어 가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추석을 맞이하여 고향 가는 길, 코스모스를 바라보는 마음은 사뭇 흥겨울 것이다. 더구나 고향에 가서 코스모스를 보노라면 어린 시절 요람의 추억과 향수에 젖어들지 않을 수가 없다. 

어찌 코스모스뿐이겠는가. 풍년초 들국화 금잔화를 비롯하여 이름 모를 들풀이 만발해 있다. 우리에게 가을이 왔다고 고향의 꽃들이 반겨줄 때 어린 시절의 추억이 참 아련하게 떠오르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꽃들이 잘 닦여진 길 위에 핀 것을 보았는가? 아무리 좋은 코스모스 씨를 길 위에 뿌린다 할지라도 길에서는 자랄 수도 없고 꽃이 필 수도 없다. 

반면 길가에는 누가 씨를 뿌리지 않더라도 자연적으로 심겨져서 꽃을 피운다. 황무한 들판이나 버려진 땅이라도 거기에 꽃씨가 뿌려지고 가을꽃을 피우는 모습을 볼 때는 얼마나 신비롭고 아름다운지 알 수 없다. 

그렇다. 꽃이 피는 땅은 아스팔트나 신작로 같은 도로가 아니다. 버려진 땅과 황무지요, 폐허의 땅에서 핀다. 거기에서 백합 장미 데이지도 피고 수많은 들꽃들이 핀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잘 닦여지고 이미 포장된 길에서는 꽃을 피우고 싶어도 피울 수 없다. 그것은 사람이나 차가 다니는 도로이고 길일 뿐이다. 이미 도로화된 삶, 포장되어 있는 삶은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인생일 뿐이다. 거기에는 절대로 아름다운 향기 나는 꽃을 피울 수가 없다. 정말 그 사람은 인생의 화려함, 향기로운 인생의 맛을 모른다. 그러나 오히려 실패와 좌절의 광야를 걸어가고 있을 때 꽃을 피울 수 있다. 

이제는 모든 것이 끝나 버리고 추락해 버렸다고, 폐허 같은 인생이라고 비탄할 그때가 꽃을 피울 수 있는 시점이다. 바로 무너지고 폐허가 되어버린 그때에 다시 한 번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오히려 그 꽃을 만발하게 할 기회인 것이다. 

한국교회도 마찬가지다. 이미 한국교회의 이미지는 추락할 대로 추락하고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고 한 언론인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정말 중요하다. 황무지가 되고, 버려진 땅이 되었을 때, 이제 진정으로 한국교회의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가 있다. 다시 폐허 위에서 황홀하고 신비로운 꽃을 피울 수가 있다. 

우리 탄식만 하지 말자. 패배와 좌절을 넘어서 한국교회가 다시 한 번 일어서는 제2의 부흥의 꽃을 피우자. 언제나 소망을 볼 수 없는 곳에서 소망을 바라보자. 희망의 꽃을 피울 수 없는 곳에서 희망의 꽃을 피우자. 그것이 칠흑 같은 밤을 지나서 밝아오는 새벽 여명의 찬란함이고, 절망을 넘어선 진정한 소망이 아니겠는가. 

꽃은 길 위에서 피어나지 않았다. 올 가을도 꽃은 어김없이 버려진 들판과 길가에 피지 않았던가.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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