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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추석명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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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명절에

- 김소엽(시인, 대전대 석좌교수)


단잠 속을 툭툭 소리 내며 
알밤이 떨어지는 어둠 속에서
아버지는 해보다 더 먼저 일어나셨다
내려진 이슬에 햇빛이 닿으면
모든 열매들 보석을 달고
알알이 영글어 가는 새벽

이슬을 헤치고 뒷산에 올라
아버지는 떨어져 누운 밤송이를 가르며
양 옆의 빈 껍질 사이로
통통하게 살진 알밤 한 알을 뽑아내셨다

“가운데 한 알이 큰 알밤이 되기 위해서는 
양 옆의 놈이 이렇게 쭈그러진 껍질만 남는 겨”
잘 생긴 알밤만 골라
아버지는 차례 상에 올릴 밤을 치고 계시고
어머니는 부엌일에 바쁘시고
철없는 나는 둥근 달 속 토끼가 되어
떡방아를 찧고 송편을 만들었지

세월을 건너 내가 아버지 나이 되어
뒤뜰 감나무처럼 주렁주렁 새끼들 달고
고향집 찾았으나 아버지는 계시지 않고
나는 알밤이 되어 뽑혀 나와 추모예배를 드리는데
제상 위 빈 껍질로 버려져 누워 있는 아버지…

아버지 주름진 얼굴이
화안하게 보름달로 떠오르면
새끼들 왁자지껄한 웃음사이로
그때 벗겨졌던 밤송이 껍질 하나가
내 가슴을 아리게 쓸어내리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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