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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내가 울면 동생들도 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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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편지 286> 내가 울면 동생들도 울어…

경북 영천시 화남면 귀호리. 이웃집이 띄엄띄엄 있는 농촌 마을이다. 이 동네의 한 허름한 25평 단독주택에 사는 엄수미(여․7), 난영(여․6), 동규(4) 3남매는 낯선 ꡐ기자 손님ꡑ들이 많이 찾아오자 신기한 표정을 짓는다.

"어머니, 애들 좀 부탁할게요. 나는 죽지 않아요. 제발 부탁할게요…."
3남매의 어머니 박정순씨는 지난 18일 대구지하철 참사 당시 사고현장에서 울먹거리며 시어머니 황정자(66)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곧 끊겼다. 하지만 돌아온다던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박씨는 남편을 잃고 대구에서 영천의 시댁으로 이사 온 뒤 학교 식당일을 하면서 영양사가 되기 위해 대구 시내 요리학원에 나가던 길이었다. IMF외환위기 때 직장을 잃은 충격에 시름시름 앓던 남편이 지난해 1월 세상을 등지자 '나라도 벌어야 한다'며 나선 악착같던 며느리였다.

황씨는 3남매에게 엄마의 죽음을 어떻게 알릴까 고민했다. 결국 고모 엄순옥(42)씨가 19일 겨우 용기를 내 큰딸 수미를 불렀다. "수미야, 병원 가자." 수미는 한사코 가지 않으려 떼를 썼다. "병원에 왜 가? 무서워." 한동안 버티던 수미였지만 고모 엄씨가 "수미야, 수미가 가야지 엄마를 찾을 수 있어. 네가 엄마랑 제일 친하잖아. 엄마 찾고 싶지 않아?"라고 달래자 태도가 바뀌었다. 눈을 동그랗게 뜬 수미는 벌떡 일어났다. "빨리빨리 갈게, 빨리 가자." 두 동생들은 "엄마, 왜 안 오느냐"며 칭얼거렸다.

고모는 영남대병원에서 수미 엄마의 유품을 찾아냈다. 물론 검게 타버린 상태였다. 수미는 "엄마 거 맞아. 엄마가 머리에 꽂았던, 엽기 토끼핀 맞아. 그리고 저건 엄마 청바지. 엄마는 항상 이렇게 한 단 접어 입거든…." 그때까지 수미는 영문을 몰랐다.

병원에서 돌아온 후 엄씨는 수미에게 엄마의 "죽음"을 알리기로 했다. TV뉴스 속보에 나오는 검은 연기 나는 현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수미야, 여기 앉아봐. 저기 연기 나는 곳 지하철 속에 엄마가 타고 있었어. 엄마가 어떻게 됐을 거 같아?" "고모, 당연히 죽었겠지. 저렇게 연기가 많은데 어떻게 안 죽을 수 있겠어." "엄마 바보야. 버스 타고 갔으면 괜찮았을 텐데."

수미는 이젠 엄마가 아빠를 따라 하늘나라로 갔다는 사실을 안다. 수미는 그 후로 엄마 얘기를 하지 않는다. 잘 울지도 않는다. 하지만 엄마가 자던 방에 혼자 들어가 이불을 덮어쓰고 훌쩍거리곤 한다. 눈이 빨개서 나온 수미에게 고모가 "수미 울었어?"하고 물으면 "나 안 울어. 내가 울면 할머니도 울고, 동생들도 울잖아. 안 울 거야"라고 수미는 말한다.

지난 22일부터 수미는 친척 전화번호를 챙겨 일일이 공책에 적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글이 어두우니 이제 전화는 자기가 다 해야 한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막내 동규는 영문도 모른 채 소리를 치며 펄쩍 펄쩍 뛰고 있었다. "엄마 죽었어, 엄마 죽었다."

(조선일보(2003/2/25일)의 기사를 인용한 것입니다)

엄청난 충격 앞에 온 세상이 놀라 말을 잊지 못합니다. 대형 사고 때 마다 되 뇌이는 “엄중한 책임”이나 “특단의 대책”들이 헛구호로만 되풀이 되는 사이 아무 잘못 없는 선량한 시민들이 원인도 모른 채 암흑 속에서 질식해 죽습니다. 예수님은 “한 사람의 생명이 온 천하보다 귀하다” 하셨는데 사람들은 비용감축이 생명보다 귀하다 결론 내립니다. 우리의 가치관이 “생명에 대한 경외”로 바꾸어지지 않으면 안 되겠습니다.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 사람이 무엇을 주고 제 목숨을 바꾸겠느냐(마16:26)

- 정충영 교수(경북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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