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단 하루만이라도 깨끗한 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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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악성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은 서른두 살이 된 해에 자신의 운명을 슬퍼하며 하일리겐슈타트라는 도시로 요양을 떠납니다. 서서히 나타나는 귓병 때문에 괴로운 나날들을 그곳에서 보내다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라는 글을 씁니다.
이 유서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나는 지난 6년 동안 나아질 것이란 희망 속에 살아왔다. 하루하루 절망의 연속이었다. 나는 귀머거리가 되고 말았다. 잠시 후면 나는 삶을 마감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는 "오 하나님이여! 불우한 인생을 마치기 전에 온전한 기쁜 날을 허락하여 주옵소서. 단 하루만이라도 기쁨을 만끽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내 힘을 다해 작곡한 이 음악들을 단 하루만이라도 깨끗한 귀로 들어볼 수 있게 해주십시오." 그의 기도는 처절함 그 자체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유서를 써 내려가면서 자신도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음악에 대한 열정을 깨닫습니다. “내가 죽음을 생각했을 때 음악에 대한 열정이 나를 붙들었다. 문득 하나님이 내게 명령하신 일을 다 끝내기 전에는 이 세상을 떠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내 손을 통해 태어나야 할 음악들…. 그것을 생각하며 나는 지금 비참한 삶을 견뎌 내고 있다. 나는 하루하루 내 마음에 인내를 새로 쓰고 있다. 거침없이 나를 위협하는 운명이 내 삶을 끊어 버리는 순간이 오더라도 나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아아! 사람들은 언젠가 깨닫게 될 것이다. 비참한 운명을 어깨에 짊어지고도 음악가로서 최선을 다하기 위해 몸부림친 한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또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기처럼 불행한 어떤 사람(베토벤)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위안을 얻게 될 것이다. 나의 예술 열정이 활활 타오르기 전에 죽음이 닥쳐온다면, 그 운명이 아무리 무자비할지라도 나는 그 운명과 맞서 싸울 것이다. 언제든 나는 용감하게 그 운명을 맞이하리라.”
그는 드디어 고통을 이겨냅니다. 그 고통 중에서 작곡한 교향곡 2번은 고통의 그림자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 너무나 맑고 깨끗하고 밝다는 사실 앞에 오히려 신비한 의문을 갖게 됩니다. 그 후 그는 24년 동안을 귀머거리로 살면서 계속 작곡 활동을 계속합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작곡한 교향곡 제9번은 '기쁨의 송시' 라는 시를 작곡한 것입니다. 이 곡이 처음 연주되었을 때 이를 들은 모든 청중들은 다 함께 일어나 환호하며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베토벤은 그소리를 듣지도 못한채 저만치 떨어진 곳에서 악보를 넘기며 빙그레 웃고만 있었습니다. 열렬한 환호성도 그에게는 전혀 들리지 않았지만 그의 귀는 남이 들을 수 없는 영혼 깊은 곳에서 울려나는 기쁨의 노래를 듣고 있었던 것입니다.
시편의 시인 또한 들리지 않는 노래를 듣고 있었습니다.
하늘이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고 궁창이 그 손으로 하신 일을 나타내는도다
날은 날에게 말하고 밤은 밤에게 지식을 전하니
언어가 없고 들리는 소리도 없으나
그 소리가 온 땅에 통하고 그 말씀이 세계 끝까지 이르도다 [시 19: 1-4]
마음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 경북대학교 정충영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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