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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평범한 어머니의 거룩한 삶과 거룩한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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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어머니의 거룩한 삶과 거룩한 죽음  
 
- 리처드 포스터 (국제레노바레 대표)
 

내 어머니 메리 템퍼런스 포스터의 죽음에 관한 얘기를 들려주고 싶다. 난 10대였고 어머니는 중년이었다. 어머니의 죽음이 갑작스럽거나 극적인 건 아니었다. 처음에는 그리 대수롭지 않았다. 어머니는 보행이 좀 불편할 뿐이었다. 얼마 후 어머니의 상태가 다발성 경화증 같다는 진단이 내려졌지만 아무도 확신할 수는 없었다. 

상태는 서서히 악화되었다. 때로 어머니는 새벽 5시에 진공청소기로 마루를 청소하시기도 했다. 어머니는 카펫의 한 부분을 깨끗하게 청소한 다음 기진맥진해 소파에 푹 쓰러졌다가 잠시 후 다시 일어나 다른 부분을 청소하시곤 했다.

어머니의 상태가 악화되면서 아버지와 우리 세 형제가 가사를 떠맡았다. 어머니가 몸져눕자 우린 거실에 병원용 침대를 들여놓았다. 그때 난 이미 그리스도인이 되어 있었으므로 어머니의 치유를 위해 기도했다. 그러나 치유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윽고 난 대학에 진학하러 1000마일이나 멀리 집을 떠났다. 당시 어머니는 병원에 계셨다. 어머니의 임종이 가깝다고 생각해 난 1학년 때 세 차례나 집에 다녀와야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어머니는 원기를 다소 회복하셨고 어두운 죽음의 비극 대신 평온무사한 일상을 되찾았다.

결국 내가 여름방학을 맞아 집에 와 있을 때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어머니가 알고 계셨을까. 어머니는 맨 마지막으로 나를 만나고서 돌아가셨다. 수개월 동안 어머니는 말도 못하고 신체적인 반응도 없었지만 내가 찾아갔을 때 내 손을 꽉 잡으셨다. 그건 지금도 흐뭇한 기억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어머니가 천국으로 들어가실 때 난 그 자리에 없었다. 새벽 2시였다. 어머니는 홀로 계셨다. 하나님의 천사들을 제외하곤…. 어머니는 순조롭게 숨을 거두셨다. 의료진이 들려준 말이다. 어머니의 죽음은 너무 조용하고 너무 평온했으므로 나중까지도 의료진은 그녀의 죽음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마도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그만큼 어머니의 삶은 평온하고 일상적이었다. 굉장한 드라마, 대서특필할 만한 뉴스거리, 대단한 사건은 없었다. 어머니는 평범한 삶을 살다가 평범한 죽음을 맞으셨다.

그러나 어머니의 삶과 죽음은 훌륭했다. 남편을 극진히 사랑하고 우리 자녀들을 몹시 사랑하셨다. 일상의 회색지대를 통과하며 은혜롭고 온유하게 사셨다. 병증이 점점 악화될 때도 고상한 신앙을 잃지 않고 이를 감수하셨다. 삶과 질병처럼 죽음도 인내와 용기로 맞이하셨다. 어머니는 일상사의 거룩함을 이해하고 계셨다.

우리가 유명한 인사나 중대한 사건들의 주연 배우가 아니라 할지라도 나의 어머니처럼 우리 모두는 일상의 직무를 은혜롭게 수행할 수 있다. 테일라드 드 카르댕은 이런 말을 남겼다. “인생의 가치와 흥미는 괄목할 만한 일들을 하는 데 있다기보다 일상사의 막대한 가치를 인식하고 그 일상사를 수행하는 데 있다.” 

그리스도의 평화와 기쁨이 가득하길 바란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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