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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당신의 머리카락이 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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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머리카락이 되겠어요 

"아악~" 앞에 앉아있던 그녀가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나는 얼른 머리를 만졌습니다. 이런, 어쩐지
아까부터 허전하다 싶었는데 몸을 구부리다 그만 탁자모서리에 걸려 가발이 떨어져 나간 모양입
니다.

"난 몰라, 난 몰라" 맞선을 보러 나왔던 그녀가 벌떡 일어나더니 방으로 뛰어나가 버렸습니다. "아
니, 자네....." 여자의 부모님이 놀란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았습니다. 얼굴이 화끈거려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이 여자와도 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대머리입니다. 스물 다섯 되던 해부터 머리카락이 조금씩 조금씩 빠지기 시작하더니 스물
일곱이 되어서는 머리의 절반 이상이 벗겨지는 심각한 탈모가 찾아왔습니다. 젊은 사람이라 심각
하게 고민이 되었습니다.

길을 걷다가도 사람들이 나만 바라보는 것 같아 몸을 움추리기 일쑤였습니다. 아침마다 베게에
붙어나오는 머리카락을 보며 울고 싶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미안해요, 당신 머리를 보면 겁이나서...." 이제 장가를 가야할 나이였지만 여자들은 완전히 벗겨
진 내머리만 보면 슬슬 피하는 것이었습니다. 할 수 없이 가발을 썼지만 익숙하지 않아 여러번 들
통나고 말았습니다.

왜 나에게만 이런일이.... 검은 머리가 풍성히 자란 동료들을 볼때면 부럽다 못해 시기심까지 일
었습니다. 그러다 만난 그녀. 친구의 소개로 만난 그녀는 너무 예뻤습니다. 거기다 마음이 얼마나
고운지 천사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실은 나, 완전 대머리야" 라는 말을 몇번이고 꺼내고 싶었지만 그녀 앞에만 서면 입이 봉해져 버
렸습니다. 그리고는 눈치를 못채도록 오래오래 거울앞에 서서 가짜 머리를 가다듬었습니다.

더 깊은 사이가 되기 전에 솔직해야 한다고 제 자신에게 말했지만 혹시 그러면 그녀가 떠나갈까
봐 두려웠습니다. 그녀가 좋아질수록 가슴은 답답했습니다. 혹시 그녀가 내 대머리를 보고 놀라
면 어떡하지? 헤어지자고 한다면....

매일매일 불안과 압박 속에 있던 저는 결국 결심을 했습니다. 이런식으로는 그녀를 사랑할 수 없
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편지를 썼습니다.

'나에게는 심각한 탈모증세가 있다. 그래서 가발을 벗으면 60먹은 노인보다 더 나이들어 보인다.
결코 결혼생활에 지장을 준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당신에게 혐오감을 줄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속
이려고 한 것은 절대 아니다. 용서해 달라.'

그리곤 그녀에게 보냈습니다. 마음은 홀가분했지만 눈물이 났습니다. 며칠 동안 그녀에게서 연락
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따르릉" 전화벨이 울렸을 때 직감적으로 그녀라는 생각.

"여보세요" "저예요"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편지를 받았어요" "........." "" 당신이 가발을 썼다는
걸 처음부터 알고는 있었어요." "............" 내 목에서 '꿀꺽'하고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괜찮아요" 그녀는 그렇게 입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녀의 전화를 듣다 울고 말았습니
다. "사실 나도 심한 류마티스 관절염이 있거든요. 결혼할 사이라면 상대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
했는데, 본의 아니게 숨기게 되었어요."

".........." "이제 우리 서로에게 솔직해졌으니 더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당신은 제 다리
가 되어 주세요. 나는 당신의 머리카락이 될테니. 그럼 우린 확실하게 하나가 되는 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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