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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가끔 뒤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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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뒤돌아보자 

- 장경철 교수 (서울여대)
 

학생이 열심히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막상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보통 학생이 보고서 작성을 끝내자마자 곧바로 제출한다. 자신이 쓴 글은 명문(名文)이기 때문에 고칠 게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고칠 시간도 별로 없다. 

곤란한 환각이다. 보고서를 쓴 뒤에는 냉각기를 갖고 차분히 검토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러면 자신의 글에서 모호한 내용이나 논리적 비약이 발견된다. 그땐 가급적 과감하게 많이 지워야 한다. 

어떤 부분을 지워야 할까. 지워서 별 지장 없는 것들은 다 지워야 한다. 그래야 잘못 판단했던 오류들을 제거할 수 있다. 살아남은 것들을 모으고 정리할 때 좋은 문장들이 수확된다. 그래야 점수도 잘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선한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열심을 다하지만 결과가 좋지 못할 때가 있다. 차분한 성찰이 따라주지 않을 때 열심이 오히려 낭패를 불러올 수 있다. 

혹시 어린 시절 아버지가 괜히 화를 낸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는가. 아버지가 가족과 함께 외식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아버지는 이렇게 생각한다. 평소 바깥일에 쫓겨 가족을 위해 시간을 내지 못했던 게 아쉬웠다. 오늘 어렵사리 시간을 내어 가족과 함께 외식하는 것은 흥분되는 일이다. 기쁜 마음에 서두른다. 먼저 나가서 차의 운전석에 앉아 기다린다. 

엄마가 치장을 하기 위해 10분 정도 지체한다. 앞으로 서너 시간을 함께 보낼 것이니 그 정도 늦게 출발한다고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미 아버지의 머릿속에는 그런 판단 기능이 상실됐다. 오히려 설렘과 흥분이 분노 표출의 원인이 된다. 참다못한 아버지는 격한 반응을 보인다. “야, 시간도 안 지킬 바에야 다 그만둬! 다 들어가!”

열심을 내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차분한 성찰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우리는 제정신을 잃고 방향을 상실한 채 달려가게 된다.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려가다 이따금 말에서 내려 자신이 달려온 방향을 응시한다고 한다. 혹시 자신이 너무 빨리 달려서 영혼이 뒤따라오지 못했을까봐 기다린다는 것이다. 이 가을에 성찰의 시간을 갖자. 건강한 성찰의 시간이 있을 때 우리는 환각에서 벗어날 것이며, 우리의 정신은 제 기능을 회복하게 될 것이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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