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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원정 (園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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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園丁) 

"아, 신이시여, 저녁 때가 다가오나이다. 당신의 머리가 희어지는구려. 당신은 외로운 명상 속에
서 저 내세(來世)의 소식을 듣나이까?"

시인은 이렇게 말하였다.

"저녁 때입니다. 나는 비록 때가 늦기는 하였지만, 마을에서 누가 부를지도 모르는 까닭에 귀를 기
울이고 있는 참이오. 행여 길잃은 젊은이들이 서로 만나면, 두 쌍의 열렬한 눈이 자기들의 침묵을
깨뜨리고, 이야기해 줄 음악을 간청하지나 않나 하고 지켜 보는 참이올시다. 행여 내가 인생의 기
슭에 앉아 죽음과 내세(來世)를 관조(觀照)한다면, 열정의 노래를 엮을 사람은 누구이겠습니까?

초저녁 별이 사라집니다. 화장(火葬)연료의 불꽃이 고요한 강가에서 가늘게 사라져 갑니다. 기진
한 달 빛 속 외딴 집 뜰에서 승냥이들이 소리를 합쳐 웁니다. 행여 고향을 등지고 떠돌아다니는 이
가 여기 와서 밤을 지키고 있어, 머리를 숙이고 어둠속에서 속삭이는 소리를 듣는 때, 내가 문을
닫고 인간의 굴레로부터 해방되고자 애쓰고 있다면, 그 나그네 귀에다 인생의 비밀을 속삭일 사람
이 누구겠습니까 ?

내 머리가 희어지는 것쯤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올시다. 나는 이 마을의 젊은이 중에서도 가장 젊
고, 또 늙은이 중에서도 가장 늙은 사람입니다. 어떤 사람은 상냥하고도 순진한 미소를 띱니다.
또 어떤 사람은 교활하게 눈짓을 합니다. 어떤 사람은 햇빛에 눈물이 솟아오르고, 또 어떤 사람은
어둠 속에 숨어서 눈물을 흘립니다. 그들은 모두 다 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내세에
대하여 생각할 시간의 여유가 없습니다. 내 나이는 다른 사람과 동갑입니다. 내 머리가 희어진들
어떠하리이까?"

<타고르 라빈드라나드(Tagore, Rabindran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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