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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걸신 들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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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신 들렸는가?

- Sergei(모스크바 선교사)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하면 변화되어가는 속도와 편리한 세상으로 끊임 없이 탈바꿈되어가는 것을 보면서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그리고 한국인의 능력과 열정,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은혜가 얼마나 크고 아름다운 것인가를 늘 생각하며 일시 귀국 일정을 보내게 된다.

그러한 일정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먹거리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 나는 식도락가가 아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서민을 제외하고, 대부분 한국인들은 먹는 일에 지나치게 목을 매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음식점 천국인 한국에서…….

몇몇 교회들을 방문하면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움에 단연 식사모임으로 교제를 시작한다. 어떤 때는 몇 시간 차를 타고 나가서 고급식당, 전문 메뉴가 있는 식당, 건강식으로 안내를 받는다. 나는 기가 막힌 요리와 맛에 감탄하면서 배를 채운다. 아쉬운 것은 나의 胃(밥통)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얼마를 먹어치우니 나의 위장이 오랜만에 포식하면서도 곧 고통을 받는다. 그 부담을 몇 시간씩 안고서 후회를 한다. 이거 무엇 하는 짓인가? 비싼 돈으로 이러한 고통을 당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행복한 이야기이다. 메뚜기도 한철이듯, 이러한 융숭한 대접이 매일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식사 때마다 다른 메뉴를 가지고 섬김을 받는다. 며칠이 지나면 먹는 일에 지친다. 식사 초대를 받으면 어떻게 적게 먹을까를 고민한다. 오랜만에 만났으니 최고로 대접하고 싶은 심정은 이해가 간다. 식사를 하고 나면 평균 잡아 기본이 몇 만원이다. 조금 고급으로 가면 곧 십만 단위로 넘어간다. “이것도 한번인데…, 선교지에서 고생하다가 나왔으니 몸 보신을 해야 합니다”라며 대접을 한다.

그런데 잘 먹고 잘 대접을 받고 나오면 언제나 허전한 생각, 식사 한 끼에 그 많은 돈을……. 이거 좀 심한 것이 아닌가? 영양식으로 아무리 먹어도 정한 양이 있는데, 많이 먹지도 못하고 아깝다는 마음, 이렇게 먹고, 소화제 먹고, 화장실 가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오랜만에 대접받는 선교사의 입장이다.

대체적으로 볼 때, 왜? 우리는 이렇게 먹는 일에 집착을 하는가 생각을 해본다. 가난했던 시절의 기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인가? 지금은 그만한 때는 지난 것 같은데……. 서울의 명동길을 지난다. 종로통을 거닐어 본다. 보이는 것은 식당간판이고, 길거리의 주막과 떡볶이 요리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백화점이고 시장통이고 사람들이 가장 많은 곳이 모두 먹자골목이고 식당이다. 미국이 세계인들의 식량을 1/3이상 먹어 치운다고 욕을 하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한국도 만만치 않은 듯하다.

어느 나라이건 그 지역이 발전하고, 삶의 질을 논할 때, 그것의 가장 기본적인 것은 식당 문화와 화장실 문화일 것이다. 러시아는 길거리에 전통 식당이 간간히 몇 개가 보인다. “욜끼 빨끼”라는 전통 식당은 뷔페 식인데 기본이 만오천원 정도 한다. 그 외에는 찾아 볼 수가 없다. 가장 값싸게 접할 수 있는 것이 그래도 맥도날드이다. 그래서 러시아인들은 비닐봉지에 빵과 치즈를 넣어 가지고 다니면서 먹는다.

나는 시외에 살다보니 모스크바로 일을 보러 나오면 반드시 도시락을 챙겨서 나온다. 그렇지 않으면 하루 종일 굶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몇몇 호텔을 중심으로 한국 식당들이 몰려있는 곳이 있다. 일부러 그곳까지 가야 하고 또한 비싼 음식값에(자장면 한 그릇에 만오천원) 집에 가서 먹지 하다가 하루 종일 ‘굶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형제와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왜 우리는 이렇게 먹는 일에 목숨을 거는가? 선교지를 방문하는 단기 팀도 집을 나서면 김밥에다 김치를 들고 다니면서 먹어야 하는 우리의 모습, 그것은 그러한 인자가 우리 속에 있기 때문이 아닌가? 라는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빨리 빨리 인자가 우리 속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죽자 사자 먹어대는 것이 아닌가? 몇 시간씩 맛 집을 찾아 다니면서 먹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세상 어디에 이렇게 식당이 많은 나라가 있을까? 이렇게 많은 음식종류하며 이렇게 맛있는 데가 어디 있을까? 어디에 세계인들이 탓하지 않고 잘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을까? 우리 집에 방문한 러시아 인들은 처음에는 김치를 물 마시면서 먹지만, 그 다음에 또 김치를 찾는다. 서너 번 방문하면 김치만 한 접시 먹고 있다. 우리나라, 우리 음식, 생각하면 참으로 복 받은 나라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 이후, 즐거운 시간들을 뒤로하고 현장으로 돌아온다. 선교사들끼리 만나서 한국방문 이야기를 나눈다. “이번에는 특별한 곳에서 대접을 받았습니다. 정말 맛이 대단하고 풍성함에 놀랐습니다.” 한컷 자랑을 늘어놓고 난 뒤, 그런데 너무 아깝더라……. 많이 먹지도 못하고, 농담 반, 진담 반, 항상 하는 이야기.

식사비 절반으로 줄이고 봉투로 주지 하는 공통된 마음, 매일 먹는 일에 그렇게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하는가라는 생각, 한 번이니까! 오랜만에 대접하는 일이니까? 일년에 한 번인데.., 그렇게 생각하지만, 대접받는 입장에서는 다르다. “먹다 죽은 귀신이 붙었나!”라는 헛소리까지 주절거리게 된다. 이것이 같은 한국인이면서도 다른 문화의 차이를 느끼는 것은 세월 탓인가, 현장에 너무 오래 있었나!

- 출처 : 크리스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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