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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낡은 지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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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지팡이 
 
- 장경철 교수 (서울여대)
 

막내아이가 학교에서 길쭉한 초콜릿을 한 아름 들고 왔다. 빼빼로데이라고 한다. 초콜릿을 보면서 예전에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어느 해 2월 13일이었다. 첫째와 둘째 아이가 초콜릿을 사오겠다고 한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다음날이 밸런타인데이라서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선물로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허락하면서 단서를 달았다. 

첫째, 너무 비싼 초콜릿을 사오지 말 것. 둘째, 완제품으로 된 초콜릿을 사지 말고 스스로 선물을 만들어 줄 것. 

아이들은 자기들이 사온 초콜릿과 스티로폼 알갱이를 하얀 선물 박스 안에 넣기 위해 재료들을 방바닥에 어질러 놓은 채 선물을 준비하고 있었다. 밤이 늦었기에 이제 그만 하고 자라고 하였다. 내 잔소리가 듣기 싫었던지, 아이들은 나를 내보낸 뒤 방문에 글을 써서 붙여 두었다. 

“남자 절대 출입금지.” 

그 밑에 괄호를 넣고 추가 문구까지 써넣었다. 

“특히 안경 쓴 남자.” 

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둘째아이가 나에게도 초콜릿 상자를 주었다. 카드도 함께 주었는데, 카드에는 한 문장이 쓰여 있었다. 

“아빠, 여태까지 키위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가 ‘워’자를 ‘위’자로 잘못 쓴 것이다. 어쨌든. 선물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 들어 있는 스티로폼 알갱이가 너무나 달라보였다. 솔직히 어젯밤엔 스티로폼 알갱이들이 모두 쓰레기처럼 보였다. 아이들이 저 쓰레기를 언제 치울까하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런데 아침에는 너무 달라보였다. 선물 상자 안에 들어 있는 스티로폼 알갱이들이 둘째아이의 사랑처럼 느껴졌다. 똑같은 존재도 누구의 손에 들려 있는가에 따라서 그 가치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하나님은 모세에게 찾아가 물으셨다. 

“네 손에 있는 것이 무엇이냐?”(출 4;2) 

그때 모세의 손에 들려 있었던 것은 낡은 지팡이였다. 그 지팡이는 모세의 비참한 처지를 보여주는 신세 한탄용 지팡이였다. ‘한때는 내가 왕궁에 있었는데, 이제는 이렇게 버림받은 처지가 되었구나.’ 

모세는 자신의 지팡이를 부끄러워했을 것이다. 모세가 그 지팡이를 하나님의 손에 올려드렸을 때, 홍해를 가르는 기적의 지팡이가 되었다. 우리의 작은 삶도 하나님의 손에 들릴 때 큰일을 행하는 기적의 도구가 되리라고 믿는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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