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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함께 정상에 오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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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정상에 오르자   
 
-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나는 산을 좋아한다. 하지만 워낙 바쁜 일정을 보내다 보니 산에 갈 시간이 없다. 기껏해야 교회 뒷산이나 경기도 용인 죽전 인근에 있는 법화산에 오르는 것이 전부다. 그런데 모처럼 먼 길을 떠나 오대산이나 지리산 등지를 등반할 때가 있다. 높은 산에 갈 때면 교회 장로님들과 동행한다. 나보다 산을 더 잘 타는 몇몇 장로님도 있지만 대부분 연세가 있으시기 때문에 내 뒤에 처지곤 한다. 그래서 등산을 하더라도 중간쯤만 가려고 하거나 아예 밑에서 식사 준비를 하겠다며 빠지려는 장로님들이 있다. 

나는 어떻게 하든지 그분들을 기다려주고 격려와 희망을 주면서 함께 오른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조금 올라왔다 싶으면 다시 속도가 늦어지고 포기하려고 한다. 어깨가 처지고 다리에 힘이 풀려 숨을 헉헉거린다. 몇 번이나 포기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을 기다려 준다. 다시 언덕을 넘고 숲길을 지나서 힘겹게 오른다. 점점 서로의 땀과 거친 숨결의 끈적끈적한 체취가 묻어난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함께 정상에 오르게 된다. 물론 일행 중에서는 다른 분들이 어디만큼 와 있는지는 안중에도 없고 그저 자신의 체력만 믿고 이미 정상에 올라가 버린 분들도 있다. 그것은 진정한 정상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독불장군이나 정복자 유형의 사람은 어떻게 하든 먼저 정상을 차지하려고만 한다. 과정은 별로 중요치 않다. 자기 혼자 정상을 차지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 그만이다. 그래서 주변에 상처 받고, 뒤처지는 사람에게는 관심이 없다. 왜냐하면 자신이 정상에 오르는 것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상의 진정한 의미를 아는 사람은 뒤처지는 동료를 격려하며 함께 오른다. 정상은 우리가 함께 꿈을 꾸며 걸어가야 할 방향성으로서 존재해야 한다.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 서로를 돌보지 않고 파괴하는 도구로 사용되면 안 된다. 

지난주 새에덴교회에서는 생명나무목회 콘퍼런스가 열렸다. 목회자만 2000여명이 참석, 대성황을 이루었다. 사실 주변에서는 오래 전부터 콘퍼런스를 열라고 권유하였지만, 나는 혹여 자랑이 될까 싶은 마음에 지금까지 콘퍼런스를 개최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이미 한국교회에 콘퍼런스가 보편화되었고, 특히 가을은 세미나가 잘 열리지 않는 시기여서 섬기는 마음으로 열게 되었다. 2박3일간 목사님들과 함께 콘퍼런스를 진행하면서 역시 정상보다 중요한 것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서로 사랑하고 섬기며 함께 정상에 오르는 것이다. 잠시 산행을 멈추고 뒤처진 이들을 격려하고 희망을 주는 것이 더 아름답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그렇다. 우리에게는 정상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우리 모두 함께 오르는 것이다. 그리고 정상 위의 또 다른 정상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만이 진정한 정상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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