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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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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방에서 해바라기를 하고 앉았는데 회벽에 걸린 달력이 바람에 팔락거립니다.
다 뜯기고 한장뿐인 달력. 2004년 마지막 달력 한장이 바람에 춤을 추고 있습니다.

달력은 그렇게 달마다 한장씩 자기를 버려가며 마침내 가벼운 한장 짜리 몸으로 일생을 갈무리 함이 아닐런지요.
그런데 인간들이란 노욕에 사로 잡혀 최후의 순간까지 거머쥐고 움켜쥐려고만 합니다.

달력만도 못한 인간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부끄러운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종이가 귀한 시골인지라 우리 아들놈 글자공부 하라고 한장 찢어주고, 교우들에게 받아먹기만 뭐해서 때마다 이것저것 싸 드릴때 또 한장 쓰고 나면 지난달치 달력은 여간해서는 구경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게 달력은 최후의 한장까지 아낌없이 자신을 내어주고 어제의 추억으로만 남아서 세월의 저 건너편 강물에 가물가물한 숫자로만 흘러도 만족스러운 모양입니다. 이왕 눈길을 준 김에 달력을 더욱 빤히 쳐다 보았습니다.

연초 무거운 달력을 붙잡고 끙끙거리던 쇠못도 이제는 메고 있기가 수월한 낯빛입니다.
뎅그러니 한장 뿐으로 편히 매달린 달력도 허허로워 보입니다.
내 인생도 저렇게 세월이 흐를수록 홀가분해졌으면, 가벼워졌으면 오죽 좋을까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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