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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증 화장실에서 시작된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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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종병이 정기 휴가(2주)를 갔습니다.

군종병은 부목사, 교육전도사, 담임목사 비서, 관리집사 등의 역할을 다 감당하기 때문에

이 형제가 없으면 업무에 펑크가 많이 납니다. 토요일 오후에 신우회 형제들에게

청소와 예배 준비를 맡겼더니 가장 중요한 화장실 청소를 안한 것입니다.

확인을 하지 않은 잘못이 저에게 있어서 주일 새벽 예배를 마치고 화장실을 혼자 청소했습니다.

휴지를 모아 봉투에 담고 수세미로 변기와 바닥을 다 닦고 물로 씻어냈습니다.

워낙 많은 병사들이 이용하는 화장실이어서 며칠만 청소를 안 해도 냄새가 납니다.

오랜만에 화장실 청소를 하면서 마음이 참 좋았습니다.

남이 묻혀놓은 오물을 내가 닦는다는 것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습니다. 깨끗하게 변한 화장실을

바라보면서 문득 어머니가 개척교회를 하시던 중학교 시절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인천 도화교회에서 은혜를 받고 늦게 다시 공부를 시작한 어머니 김화심 전도사는

살고 있던 철길 옆의 작은 집을 팔아(이거 팔고 아버지한테 엄청 핍박을 받았습니다)

상가 2층을 얻어서 갈보리교회를 개척, 입당했습니다.

큰 건물이어서 입구 쪽에는 중국집이, 중앙에는 찻집(88찻집 - 이름도 안 잊혀지는 이 찻집은

나중에 알았지만 차가 아닌 술을 파는 집이었습니다) 이 있고 교회는 오른 편에 있었습니다.

집이 없어진 우리는 교회 한 구석에 커튼을 치고 그 통로에서 살았습니다.

2층에는 화장실이 하나여서 한 지붕의 세 가족들이 함께 사용을 했습니다.

낮에는 음식점의 손님들이, 밤에는 찻집 아가씨들과 손님들이 주로 이용합니다.

가장 손님이 많은 토요일 밤을 지나고 주일 아침, 예배를 준비하다보면 항상 화장실이 문제입니다.

술에 취한 손님들이 조준을 잘 못해 놓은 잔해(?)들, 그리고 토해놓은 것...

특히 추운 겨울에는 문을 열어두기라도 하면 아침에 화장실이 얼어서

변들이 같이 단결해 탑(?)을 쌓고 있습니다. 난리도 아닙니다.

그런데 그걸 보면서 저의 어린 마음에

'예배를 드리려면... 교우들이 오는데... 누군가 치워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을 데워서 언 수도를 녹이고 청소를 했습니다.

얼어있는 변을 깨다가 보면 가끔 얼굴이나 입으로 튀기도 합니다.

그러면 내가 왜 이러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들고,

개척교회 한다고 고생만 하는 어머니가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즐거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땐 항상 핍박만 받는 불쌍한 우리 어머니

욕 들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청소를 했습니다. 이렇게 저는 화장실 당번이었습니다.

제가 대학에 입학하면서 어머니는 교회를 후임자에게 물려주고 서울 큰 교회에서

심방전도사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한번은 예배 시간에 목사님이 설교를 하시면서

남강 이승훈 선생의 일화를 소개하셨습니다.

그분이 민족사학이던 오산학교의 교장선생님으로 계셨을 때, 겨울이 되면 도끼를 들고

당시의 재래식 화장실(일명 푸세식 변소)에 쌓여 얼어있는 변을 깨고 다니셨다는 겁니다.

선생께서는 우리 인생도 화장실을 청소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셨답니다.

가만히 듣고 있는데 그게 누구의 이야기와 비슷한 겁니다.

'아니, 내가 중학교 때 그랬는데... 나도 얼어있는 변 깨고 다녔는데...' 하면서

'아, 하나님이 나에게도 복을 주시려나 보다... 나도 남강 선생님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려나 보다...

하나님이 나를 좋게 써주시려고 어려서부터 화장실 청소를 시키셨나 보다...'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그 때로부터 벌써 2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지금 저와 저희 가정은 너무 많은 복을 받았습니다.

하나님은 저를 당신의 종으로 써주시면서 수많은 기적들을 베풀어 주셨습니다.

아직도 어린 나이지만 한번도 나이 때문에 무시 받지 않게 하셨고,

부족한 인격이지만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존귀히 여김을 받게 하셨습니다.

복된 만남들을 주셔서 함께 일하는 이들마다 좋은 동역자의 관계를 이루게 하셨습니다.

저는 이 모든 복이 20년 전 꼬맹이 중학생 때 청소했던 화장실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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