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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증 마귀가 천사로 변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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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귀가 천사로 변하기까지


미국 사람들은 가끔 한국 사람에게 이런 별명을 붙입니다. "Irish of the Orient!" 즉 "동양의 아일랜드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서양 사람 중에서 가장 흥분을 잘하는 사람이 아일랜드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 사람도 아일랜드 사람 못지 않게 흥분을 잘한다는 것입니다. 사실인 것 같습니다. 시장에서 물건값 깎다가 주인과 손님이 흥분해서 싸우는 민족은 아마 우리 민족밖에 없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 봅니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듯이 운전습관도 차이가 있는데, 남의 운전습관을 그토록 못마땅하게 생각하다가 수시로 거리에서 다투는 모습도 다른 나라에서는 별로 보지 못하는 모습일 것입니다. 또한 정치얘기 하다가 친구 사이가 그토록 쉽게 원수 사이가 되는 것을 보면 정말 우리 민족은 전체적으로 다혈질의 기질을 타고 태어난 것 같습니다.

IMF로 인해 우리 온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던 98년 가을의 어느 수요일이었습니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성경 공부 모임에서 쓸 교재를 만드는데 4만원을 주기로 계약하고 복사집에 복사를 맡겼습니다. 그런데 교재를 찾을 때, 복사집 주인 아줌마가 계산을 잘못했다고 하며 갑자기 저에게 6만 4천 원을 달라고 했습니다. 갑자기 요구했어도 그 가격이 타당하면 주었겠지만, 너무나 지나치게 요구한 가격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얼마 전에 복사했던 다른 영수증을 제시하며 그 가격이 지나치다는 것을 비교적 차분하게 조목조목 지적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상대방이 충분히 알아들을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나타나는 반응과 분위기는 전혀 달랐습니다.

복사집이 비교적 큰 곳이어서 그때 복사집 안에는 여러 명의 직원들이 더 있었는데, 저는 그 순간에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느꼈습니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성경 공부 교재를 복사하는 것을 보니까 목사같이 보이는데, 목사가 돈 가지고 왜 그렇게 쩨쩨하게 구냐?" 목사라는 점 때문에 사람들은 "가격이 과연 타당한가?"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잊어버리고, "목사가 왜 순한 양처럼 굴지 않느냐?"는 비본질적인 문제를 더 의식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도 그 순간에 대범하고 멋있게 깨끗이 그 돈을 주고 그냥 돌아오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얼마나 멋있는 일입니까? 목사는 목사이기 때문에 돈에 쩨쩨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나 역시 목사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가지 사실을 더 생각할 수밖에 없는 고충도 있습니다. 그것은 교회의 돈은 목사의 돈이 아니고 '소중히 쓰여져야 할 하나님의 돈'이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성도들이 정성스럽게 헌금한 돈'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 돈이 가볍게 취급되고 부당하게 쓰여지지 않도록 항상 신경을 써야 한다는 무의식적 태도가 복사집 주인 아줌마를 넉넉한 마음으로 대하지 못한 하나의 원인인 것 같습니다.
몇 분간 가격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는데, 갑자기 주인 아줌마의 얼굴이 변하더니 옆에 있는 남자 직원에게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야! 그 교재 갈기갈기 찢어버려!" 그리고 저에게도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가세요!" 그때 저는 그 주인 아줌마의 얼굴에서 흉칙한 마귀의 모습을 봤습니다. 아마 평범한 남자였다면 그분은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제가 목사라는 것을 알고 그렇게 지나치게 행동을 한 것이 틀림없었습니다. 저의 마음속에서도 순간 격한 감정이 번개 스치듯 나타났지만 저는 그냥 말없이 몸을 돌려 복사집에서 나왔습니다. 저는 그때 아쉬울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밖으로 나와 교회로 그냥 돌아오려고 차를 탔습니다. 그리고 잠깐 머리를 숙이고 기도하는데, 하나님으로부터 마음속에 이런 음성이 들려오는 것 같았습니다. "이 목사야!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 그러면 저들이 교회에 대해서 좋지 못한 인상을 가지게 될 것이다. 교회의 돈도 소중하지만 저들의 마음을 아울러 주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은 IMF 시대인데 물자가 이대로 낭비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그냥 요구하는 돈을 다 주고 교재를 받아와라!" 그러자 흔들리던 저의 마음이 침착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는 즉시 복사집으로 되돌아가 돈을 내밀고 나지막하게 말했습니다. "아줌마! 제가 여기에 싸우자고 온 것이 아닌데, 제가 아줌마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 드린 것 같군요. 서로의 의사소통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속이 상해도 그렇지 이 IMF 시대에 만든 교재를 그냥 버리면 되겠습니까? 그냥 저에게 주세요." 그리고 6만 4천 원을 내밀었습니다.

갑자기 복사집 안에 무언의 감동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곧 이어서 복사집 주인 아줌마의 태도가 공손해졌습니다. 그리고 6만 4천 원을 받아들더니 처음 부른 가격보다도 더 싸게 3만원만 받고 나머지 돈을 되돌려 주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하면 손해가 아니냐고 하면서 도로 6만 4천 원을 다 줬습니다. 그러나 주인은 막무가내로 안 받았습니다. 저는 막무가내로 줬습니다. 서로 돈을 양보하던 바로 그 순간에 저는 그 주인 아줌마의 얼굴에서 아름다운 천사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흉칙한 마귀가 아름다운 천사로 변하기까지는 채 십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양보의 위력이 얼마나 놀랍습니까? 조금만 양보해 보십시오. 마귀로 생각하던 그분이 어느새 천사로 변해 다가올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이 양보를 실천한다면 "동양의 아일랜드 사람들!"은 곧 "동양의 열성적인 천사들!"이 될 것입니다. 각박한 이 세대에 용서와 양보를 먼저 실천하는 '아름다운 천사클럽'의 한 회원이 되지 않겠습니까?

분당 사랑의 교회 이한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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