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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두려움을 풀면 외로움이 풀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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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을 풀면 외로움이 풀립니다
 
- 강선영 원장 [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www.kclatc.com]


하늘이 낮게 내려앉고 온 세상이 새하얗게 변했습니다. 볼품없던 앙상한 나뭇가지에 흰 눈이 덮혀 얼자, 반짝이는 하얀 보석나무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나무는 너무 추울지도 모르지만 나무의 속내를 알지 못하는 우리는 그저 아름답게만 보입니다. 이 모든 한겨울의 정취는 눈물겹도록 아름답습니다. 아름답지만, 또한 그 이면에는 살을 에는 영하의 바람이 떠돌고 있다는 것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지금도 그 아름다움을 볼 수 없을 만큼 추위에 움츠린 사람들이 있습니다. 추위로 마음이 얼어붙으면 우리는 아름다움을 보지 못합니다. 아름다움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것이기 때문에.

그 바람이 문풍지에 살벌한 소리를 묻히고 있던 수많은 겨울밤들, 그 겨울밤이 따뜻했던 사람들은 축복받은 사람들입니다. 때로는 눈 앞에 펼쳐진 겨울풍경이 그 겨울의, 무의식의 깊숙한 곳에 있던 오래전의 시린 손과 발, 차갑게 얼어붙었던 마음을 다시 기억나게 하기도 합니다. 어린시절, 무학산 아래 작은 동네의 겨울은 너무나 매섭고 추웠거든요. 그 추위 속에서, 단열이 잘 안된 오래되고 낡은 기와집은 한데나 마찬가지였고, 바깥온도와 방안 온도가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작고 여린 소녀의 손과 발은 항상 얼어있었고, 볼은 발갛게 부풀어 약간씩 갈라지고 온 몸은 항상 얼음장처럼 차가웠습니다.

지금보다 더 추웠던 그 시절, 냇가로 나가 얼음을 깨고 맨손으로 빨래를 해야 했던 그 시절, 마음에 박힌 얼음조각들은 해가 갈수록 더욱 뾰족해지고, 더욱 커져가고, 점점 더 많아졌습니다. 아마도 그때부터였을 것입니다. 4월까지 내복을 두 개씩 껴입어야할 만큼 추위를 타게 된 것이. 그러면서 아름다움, 행복, 기쁨, 즐거움... 등의 단어는 더 이상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마음에도 담을 수 없었습니다. 대신에 슬픔, 외로움, 고통, 두려움... 이라는 단어만 마음에 쌓여갔습니다.

그리하여 몸의 추위보다 더 고통스러웠던 마음의 추위는 봄이 되어도 풀리지 않았습니다. 봄이 되어도 누추한 내의를 못 벗을 만큼 추위에 절어 있었고 마음은 위축되어 열리지 않았습니다. 봄이 지나고 여름이 되어도 추위에 절은 얼굴표정과 눈빛 가득한 두려움이 가시질 않았습니다. 눈빛에 두려움이 있으니 늘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게 되었고 사람들의 작은 시선하나도 놓치지 않고 관찰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더 큰 두려움에 휩쌓이게 되었고, 나를 둘러싼 세계는 온통 나를 싫어하고 나를 대적하는 적들로 우글거리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고 사람들의 마음에 들려고 행동하다보니, 남들이 보기에 착하고 모범적인 아이가 되긴 했습니다. 그러나 온 몸의 에너지가 빠져나가 기력이 없는 몸과 마음으로 늘 다리를 질질 끌고 다닐 만큼 허약했고 잦은 병치레를 해야했습니다. 죽을 만큼 아팠던 어느 해 겨울, 그 해에도 지금처럼 눈이 많이 내려 온 천지가 새하얗게 변했었는데, 그때 읍내에 하나밖에 없던 병원의 음산한 병실에 누워, 해골처럼 마른 얼굴과 퀭한 눈으로 팔뚝에 새파랗게 꽂혀진 주사바늘을 보면서 ‘외롭다’라는 생각을 뼈아프게 했었습니다. 눈물이 병실의 낡은 베갯잇으로 소리없이 흘렀던 그날, 그 외로움, 그 외로움의 진원지는 다름 아닌 나의 ‘두려움 가득한 눈빛’에서부터 시작된 것임을 그때는 몰랐습니다.

눈빛 가득한 두려움을 풀어야, 비로소 마음에 봄이 온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두려움 가득한 눈빛으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소극적이고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으면 사람들은 금방 알아차리고 그런 사람을 부담스러워하게 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사람으로부터 떠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사랑받기 위해서 있는 힘을 다해 눈치를 보며 하고 싶은 말도 하지 못하고 에너지를 소진했던 나는 지독한 소외감과 외로움에 미칠 것 같은 마음이 됩니다. 그래서 우울증이 생겼습니다. 스무 해를 괴롭혔던 지독한 우울증이....

이것은 나의 이야기이며 또한 당신의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지독한 마음의 추위와 외로움을 지나왔을 것입니다. 아직도 두려움을 눈빛 가득 머금고 무의식적으로 애정을 구걸하느라 지쳐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어떤 종류이건 간에 겨울이 사탄의 계절이 아니라 축복의 계절이 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눈빛에 얼어붙어 있는 두려움을 치유의 메스를 들어 도려내야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고, 치유의 계절을 보낸 후 다시 겨울 앞에 섰습니다. 너무나 추웠던 겨울이 이제는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몸은 추위를 기억하고 아직도 내의를 껴입고 다니지만, 마음은 더 이상 춥지 않습니다. 그리고 두려움 가득한 눈빛을 풀고 맑은 시선으로 사람들을 보게 되자, 맑은 시선의 사람들이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외롭지 않게 되었습니다. 외롭지 않은 시선으로 세상을 보니, 왜곡되지 않은 진정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눈빛 가득한 두려움을 풀어내면 외로움이 물러가고 진실한 사랑도 만나게 됩니다. 지독히 이기적이고 굴절되어 있던 내 사랑도 편안하고 정갈한 옷으로 갈아입고 새롭게 태어나게 됩니다. 겨울 앞에서, 하나님의 아가페사랑이 속속들이 배어있는 겨울의 고마운 햇빛 아래서, 당신이 더는 외롭지 않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해 봅니다.

- 출처 : 크리스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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