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칼럼 위기 속의 당신께

첨부 1


- 이재연(소설가)

“너의 행사를 여호와께 맡기라 그리하면 너의 경영하는 것이 이루리라”(잠:16:3)

저는 그날 3층에 있는 금융기관에서 일을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탔지요. 엘리베이터 안에는 넥타이를 매고 슬리퍼를 신은 두 남자가 타고 있었어요. 두 사람 중 어려보이는 중년 남자가 곧 울음이 쏟아질 듯한 얼굴로 두 손으로 박스를 들고 있는 당신에게 말했습니다. “왜 이렇게 짐을 빨리 싸십니까? 제가 들겠습니다.”

당신은 침묵 속에서 뭔가 곧 폭발할 것 같은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정말로, 왜 이렇게 짐을 빨리 싸십니까? 아이 참, 왜 이러세요. 제가 들겠습니다.” 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두 중년 남자가 지금 무엇을 뜻하는 말들을 하고 있는지 저는 알아챘지요. 박스를 든 남자는 해고를 당한 것입니다.

짐을 들어주겠다고 한 번 더 사정하는 젊은 남자를 당신은 1층에서 엘리베이터 밖으로 내밀었습니다. 저도 거기서 내렸지요. 당신은 지하 주차장으로 쓸쓸히 내려갔습니다. 저는 몇 발짝 가다가 뒤를 돌아보았지요. 젊은 남자는 뭔가 생각하는 듯한 암울한 얼굴로 슬리퍼 신은 자신의 슬픈 발을 보고 있었습니다. 직장을 잃고 실의에 빠진 당신은 이 시대를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인지 모르겠습니다. 집 밖으로 나간 남자들은 내 의자가 사라지면 어떡하나 하는 마음에 쫓기지요.

우리 집에 가끔 오는 인테리어 아저씨는 올 때마다 낡은 연장 가방을 들고 옵니다. 때 묻은 가방 안엔 크고 작은 온갖 연장이 들어 있는데, 그 요술방망이 같은 연장들로 고장난 것을 고칩니다. 박스 하나와 작은 연장가방…. 남자들의 생존을 지탱케 해주는 사물들이지요. 사람이 위기 속을 뚫고 일어나면 능력이 커지고, 무슨 좋은 일이 일어나지요. 하나님이 함께함으로써 우리를 괴롭히는 그 쫓기는 마음은 비로소 막을 내립니다. 당신의 생존을 빛나게 해줄 새로운 사물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귀 기울이면 허공 어디선가 승리의 합창소리가 들려올 것입니다.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