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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내 존중하지 못한 과거를 참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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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존중하지 못한 과거를 참회하며   
 
- 김순신 아주대 명예교수 (후암백합교회 원로장로)  


“네 엄마 이름이 무엇이냐?” 
“우리 엄마 이름은 ‘어이’예요.” 
“그래? 네 엄마는 이름이 없냐?” 
“아빠가 엄마를 ‘어이’라고 불러요.” 

저도 이런 언중(言衆) 속에서 일평생 자라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결혼 후 저도 아내를 ‘어이’라고 불렀습니다. 친척 중 한 분이 서로 양존(兩尊)하라고 했으나 부자유스럽고 부자연스러워 아예 시도하지도 않았습니다. 전 “어이, 자네 밥 했는가”라고 아내에게 말하면 아내는 “예, 당신 세수 했소”라고 대답합니다. 아내는 저를 부를 때 “예∼”라고 합니다. “여보” “당신”이란 말을 쓰는 사람들을 보면 이방인처럼 느껴졌습니다. 사극에서 부부가 서로 존댓말을 쓰는 것을 보고 양반들은 참 다르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결혼한 지 벌써 반세기가 흘렀군요. 결혼 후 한 스무 해가 지나자 아내의 충고가 잔소리로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황혼이혼을 많이 당하는 일본 할아버지들이 “우린 아내들과 싸우고 싶지도, 이기고 싶지도 않습니다”라고 ‘항복 선언’하고 있는 속내를 알 것 같습니다. 어떤 이들은 남자와 여자들이 서로 생각이 다른 것은 서로 다른 별에서 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는 아내를 잃거나 남편을 잃은 사람들이 깊은 회한(悔恨)에 빠져 오랫동안 애통해하는 것을 봤습니다. 제게 ‘반면교사’가 됐습니다. 

저는 어느 기도원에 갔습니다. 별로 기도를 많이 안한 것 같은데 여하튼 프로그램이 끝나 집으로 가기 위해 나섰습니다. 갑자기 “그냥 혼자 가시오”하는 말이 들려 어둠 속에서 뒤를 보니 내 아내가 처량한 모습으로 서 있었습니다. 기도원에 같이 안 갔는데 말입니다. “김 권사! 나를 용서해주소! 하나님이 자네를 내게 맡겨주셨는데, 챙기지 못했네”하면서 나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순간 눈물 어린 저 자신을 발견하자 꿈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전 그 후 하나님이 꿈으로 깨우침을 주셨다고 믿고 앞으로 더 잘 챙겨주리라 다짐했습니다. 화가 나려고 하면 내 울음 섞인 고백을 자꾸 되뇌어 보겠습니다. 회한 없는 부부이별을 준비해야지요. 하나님이 둘 중 누구를 먼저 데려가실지라도 말입니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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