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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간의 시험을 통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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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시험을 통과하자 

- 장경철 교수 (서울여대)
 

대학 입시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학생들은 중간시험이나 기말시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수험생들은 수능시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길 것이다. 하지만 역시 제일 중요한 시험은 시간의 시험이다. 시간의 시험을 통과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명문대학에 들어갔다고 하여 좋아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 학생이 어떤 사람이 될는지는 두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남자 친구가 나를 정말로 사랑한다고 하지만, 그것도 역시 겪어 보아야 아는 일이다. 어떤 사업가는 돈을 많이 벌었다고 흐뭇해 하지만 그것도 역시 지나가 보아야 알 수 있는 일이다. 

어떤 것을 알게 되었다고 이제 결과가 곧 바뀔 것이라고 속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오히려 허황된 기대로 인하여 더 처참한 실패를 경험하게 될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습관이 바뀌기 전에는 아무것도 바뀐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 모임에서 강의를 요청해왔다. 나는 늘 하던 대로 옆 사람에게 인사를 권유했다. 그 날 내가 추천했던 인사말은 “당신의 인격이 어떠하든지 끝까지 사랑하겠습니다”였다. 함께 갔던 아내도 청중 사이에 앉아서 주변 사람에게 인사말을 건넸다. 그런데 아내의 앞자리에 앉았던 사람은 색다르게 인사말을 했다고 한다. “죄송합니다만 그렇게는 못하겠습니다.” 

나는 돌아오는 차 안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웃으면서 아내에게 말했다. “그분은 솔직한 분인 모양이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두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하나는 그가 솔직한 사람이라 마음에 없는 말을 못하는 것이라는 생각이고, 다른 하나는 그가 아마도 사랑의 의미에 대해 잘 모를 수도 있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사랑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지나친 부담감을 갖고 있었던 모양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호의를 베풀 때, 상대방이 잘 받아주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여 사랑의 수고를 중단한다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내가 며느리로서 시부모님을 공경한다고 하자. 시어머님께서 ‘우리 며느리도 힘들 텐데, 이렇게 잘해주니 참 고맙다’고 말해 준다면 더욱 감사한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여, ‘당신이 그렇게 나오시는데, 제가 계속 하겠습니까?’ 하는 식으로 행동한다면 나의 미래도 어둡게 되지 않을까? 새해에는 나쁜 습관을 제하고 좋은 습관을 더하는 가운데 시간의 시험을 이기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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