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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봄은 겨울 숲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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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겨울 숲에서 시작한다 

- 소강석 목사 (새에덴교회) 
 

올해는 73년 만에 폭설이 내렸다. 도심은 시베리아 벌판처럼 설원의 나라가 되었으며 한강에는 바이칼 호수를 연상케 하는 신비로운 눈이 내렸다. 빌딩과 도로, 산과 강물도 하얀 눈에 덮인 채 기나긴 침묵에 들어갔다. 그것은 폭설이 준 도시의 적요였으며 인간을 향한 정지신호였다. 지금도 겨울산은 눈에 싸인 채 말이 없다. 겨울 한파의 냉 기운이 엄습하여 얼어붙어 있다. 뿐만 아니라 겨울 폭설은 도시를 마비시키고 원망과 불평 속에 빠트렸다. 그러나 사실, 혹한의 겨울 골짜기에서 봄의 아지랑이 기운이 피어나고 하얀 눈밭 밑에서 푸른 봄 냉이가 자라고 있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인생의 한가운데 고난의 폭설이 내릴 때가 있다. 자신의 힘과 능력으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시련과 역경의 눈보라가 몰아친다. 사방이 절망과 좌절이다. 혹한의 겨울 숲에 갇혀 버린다. 그럴 때 우리는 쉽게 포기한다. 눈물 흘리며 좌절한다. 그러나 그 눈보라치는 겨울 숲에서도 봄 길의 희망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길을 잃지 않는다. 아니, 잠시 길을 잃었다고 해도 다시 봄의 길목을 찾아 일어선다. 

나의 삶도 겨울 숲의 인생이었다. 예수를 믿고 신학교에 간다는 이유만으로 집에서 모진 매를 맞고 쫓겨났을 때 겨울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 해 겨울의 눈보라 속에서도 봄 길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은 겨울 숲 속에서 봄 길을 노래하고 개척하는 목회자가 되었다. 

우리 개인의 인생뿐인가? 민족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는 국가적으로 세종시 문제로 인한 국론분열 사태를 목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위기와 실업문제, 남북문제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폭설의 시대이다. 그러나 그 혼란과 고통 속에서도 희망의 봄 길은 시작하고 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봄을 기다려야 한다. 길이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다시 새로운 길이 시작되고, 어둠이 가장 짙을 때 새벽의 붉은 여명은 밝아오는 것이다. 그러면 이 땅의 봄 길은 어디인가? 민족의 가슴마다 푸르고 푸른빛을 안겨줄 수 있는 소망은 무엇인가? 바로 한국교회가 민족의 희망이다. 그리스도인들이 민족의 겨울 광야에서 봄 길을 찾아가야 한다. 

그렇다. 한국교회가 국론분열의 상처를 치유하는 피스메이커가 되어 화합의 메시지를 선포해야 한다. 소모적 정쟁과 파괴적 자해가 아닌 봄의 사랑과 희망을 노래해야 한다. 봄 길은 겨울 숲에서 시작한다. 시대적 아픔 속에서 미래의 찬란한 역사가 빛나고, 가장 몸서리쳐지는 고통 속에서 불멸의 축복이 새겨진다. 

이제 서서히 겨울의 냉기도 빠져나가고 있다. 곧 이 기나긴 겨울도 지나고 따뜻한 봄이 올 것이다. 

역사는 폐허 위에서 성터를 쌓는 땀과 눈물이며 겨울 숲에서 봄 길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우리 모두 다시 일어서자. 한국교회가 먼저 하나 되어 앞장서자. 봄 길은 겨울 숲에서 시작하기에, 봄의 황홀한 심포니는 저 겨울 산의 거대한 침묵 속에서 시작하고 있기에.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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