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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모 할머니가 남긴 숙제, 누가 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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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모 할머니가 남긴 숙제, 누가 풀 것인가


“국민은 1류, 기업은 2류, 정치는 3류”라는 말이 있다. 국민 개개인이 뛰어난 능력과 의지를 갖고 있고 기업도 곧잘 하는데, 유독 정치에서만큼은 후진적인 모습을 반복하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비꼰 말이다.

이러한 말은 유감스럽게도 한국교회에도 일정 부분 적용될 수 있는 것 같다. 성도 개개인은 너무나 열정적이고 깊이있는 신앙을 갖고 있으며 뛰어난 실력도 갖추고 있지만, 교회가 이를 활용해 대사회적으로 기여하는 일에 있어서는 아직 미숙한 부분을 간혹 발견하게 되곤 한다.

이번 존엄사 논란 과정에서도 그런 점 때문에 안타까움을 지울 수 없었다. 국내 첫 연명치료 중단 판결, 호흡기 제거, 그리고 201일 만에 세상을 떠나간 김모 할머니에게 한국교회가 해줄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생명에 대한 문제이기에 무엇보다 교회가 관심을 가져야 했고, 또 세상에서도 교회의 답변에 귀를 기울이려 했지만, 결국 한국 기독교는 이 문제에 대한 성경적이며 합리적인 대답을 시원스레 내놓지 못했다.

특히 국내 첫 ‘연명치료 중단’ 허용 판결이 내려졌을 때 병원측 관계자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남긴 말은 뼈아팠다. 그 관계자의 말은 “기독교, 특히 개신교회에 자문을 구하기 위해 여러 곳에 연락했다”며 “그러나 이런 문제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해 온 교단이나 단체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었다. 1심 판사가 했다는 “기독교 쪽은 교파가 많아 판결을 위한 의견을 청취하지 못했다”는 말 또한 한국교회의 현실을 지적한 것이었다.

한국 기독교인들은 많은 곳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국회의원 중의 반 가까이가 기독교인이라고 하며, 법조계·의학계 및 시민사회단체 등 이러한 논의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영역에 얼마든지 신앙과 실력을 갖춘 이들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도 이러한 이들을 잘 활용해 생명에 대한 논의를 주도하고 대사회적으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국내 첫 연명치료 중단 당사자인 김모 할머니는 인간의 지식을 비웃고 생명의 위대함을 웅변하기라도 하듯, 당초의 예상을 뒤엎도 201일간 호흡을 더 이어가다 숨을 거뒀다. 그러나 아직 늦지 않았다. 김모 할머니로 인해 존엄사에 대한 관심이 촉발된 이 때를 잘 활용한다면, 얼마든 더 발전적인 논의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계는 생명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품고 하나님의 뜻을 진지하게 되물으며, 이 땅에 생명윤리를 바로세우기 위해 이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 특히 한국교회의 양대 기구가 이 문제에 대해 적극 나서고 합일점을 도출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물론 당사자들의 문제에까지 지나치게 개입해서는 안 되고 할 수도 없겠지만, 최소한 이 문제로 혼란을 느낄 교인들을 위한 지침 정도는 마련해 주어야 한다.

- 출처 : 크리스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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