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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엄마, 나... 살아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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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1일 아침, 날씨는 유난히도 쾌청했다. 맨해튼으로 출근하는 남편과 딸을 기차역까지 데려다 주고 돌아와 밀린 빨래를 하고 장도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조금 전에 헤어진 딸의 전화였다.

“엄마, 조종사의 실수로 비행기가 쌍둥이 빌딩 중 하나로 들어갔어.
그 빌딩엔 큰 구멍이 났고, 지금 막 불타고 있어.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그런데 몇 분 후, 딸은 엉엉 울면서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엄마, 조종사의 실수가 아니고 테러야. 엄마, 나 무서워 어떡해. 쌍둥이 빌딩이 우리 회사 빌딩 쪽으로 넘어질 것만 같아.”

허겁지겁 텔레비전을 켜보니 두 번째 빌딩이 막 붕괴되고 있었고 그와 동시에 딸의 전화도 끊어졌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더니!! 딸의 휴대폰도 회사 전화도 모두 불통이었다. 별별 상상을 다하며 딸의 전화를 기다렸지만, 연락이 없었다.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지만, 맨해튼의 모든 전화가 불통이라고 했다.
가슴을 졸이기는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드디어 오후 4시가 넘어서야 딸에게서 연락이 왔다. 버스, 전철, 기차, 택시 등 모든 교통 수단의 운행이 중지되었기에 지금 걸어서 윌리엄스 버그 브리지로 가고 있으며, 브루클린에서 차를 타고 집에 갈 것이라고 했다. 딸이 울면서 말했다.

“엄마, 나는 살려고 다리 쪽으로 도망치고 있는데, 소방관 아저씨들과 경찰관 아저씨들은 위험한 쌍둥이 빌딩 쪽으로 달려가고 있으니, 너무 미안해. 앞으로 뛰어야 하는지, 뒤로 뛰어야 하는지, 그 자리에 주저앉아야 하는지 모르겠어. 엄마, 나… 살아서 죽은 사람들한테 미안해서 어쩌지?”

‘그래도 엄마는 너만 무사하면 그만이다’라며 속으로 가슴을 쓸어 내렸지만, 그토록 고운 마음씨를 가진 딸에게 차마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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