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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증 하나님의 뜻은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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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증 : 최령자 집사(안동교회)
 
  바쁜 일손을 멈추고 잠시 쉬는 동안에도, 늦은 귀갓길 흔들리는 전동차 안에서도 늘 당신에게 묻습니다. 그리고 끝내는 엄마 치맛자락에 매달리며 칭얼대는 어린애처럼 억지를 부려 보기도 하지요. 뻔히 안 되는 일인 줄 알면서도요.

혼미 가운데 한해가 지났습니다. 우리 승일이가 쓰러지고 결혼을 취소하고 미룬 지가 어언 몇 개월이 지났습니다. 처음 병원에서 진단이 확정 되었을 때 초점 잃은 눈망울에 가득 고인 눈물인 채로 "엄마, 수경이한테 어떻게 말할까? 언제 얘기할까?" 하며 두려워 떨던 절망 그 자체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이, 내 눈앞에 어른거리는 채로 난 아무것도 낳아질 수 있게 해 준 것이 없이 이렇게 또 봄을 맞으며 다시 멍청해집니다.

주님! 수경이가 왔다 갈 때마다 언제 다시 찾아오지 않을까, 아니 언제 이제 승일이한테 오지 말라고 말해야 할까, 생각만인 채로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보고 저는 망연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별한 날이나, 수경이를 데려다주러 갔다가 들렸을 때라도 꼭 고백해야 할 것을 가슴 속으로만 묻으며 저어한 몸짓으로 크게 웃어보지도 못하고 서먹하게 앉아 있었을 아들이 안쓰러워 저는 그애가 돌아올 때까지 안절부절 못한답니다. 건강하지 못한 자식을 둔 엄마는 죄인입니다. 마땅히 수경이 부모에게 건강을 잃었노라고 고백하고 수경이를 보내야 옳은데도 한순간에 건강도 사랑도 잃어 버리고 실의에 빠져 영영 일어설 기력조차 체념해 버린 채로 절망에 묻힐 내 아들이 가여워 이렇게 염치없이 수경이를 놓지 못하고 있답니다. 용서받을 수 없는, 염치없는 일인 줄 알면서도.

그뿐이겠습니까? 주님! 부모님은 아무것도 모르는 채 결혼하겠다는 수경이의 희생으로 채색된 눈을 저는 마주볼 수 없으면서도, 그건 안되는 일이라고 단호하게 말하지도 못하고 있답니다. 행여 다음 해에라도 주님이 허용해 주실런지….

부끄럽습니다. 주님! 어쩌면 승일이보다 더 큰 암담함이 가슴을 짓눌렀을 그런 내 며느리감에게 저는 죄인이며 아무것도 내어줄 수 없는 먼 인연같은 존재입니다. 어머니가 건강하게 오래 사셔야 오빠가 오래 살지요. 저 혼자는 힘들테니까요. 숱한 어려움을 각오한 파아란 하늘같은 사랑일까? 한계가 없는 그래서 그 깊이조차도 헤아릴 수 없는 하나님을 닮은 사랑일까? 잠시 감격했다가도 하나님이 두려워 그 맘을 거절해야지 하고 도리질 한답니다.

주님! 저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인지 저는 알 수 없지만, 열심히 살겠사오니 승일이도 활동할 수 있는 만큼이라도 허락해 주옵소서! 얼마나 오만불손했던지 내 아들이 건강할 때는 남의 불구는 눈여겨 보지도 않았고, 남의 병약함은 게으름일거라고 여겼으며, 가족들의 불편함이나 그 어머니의 고통은 내게 부족한 재물이나 환경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여겼었습니다. 이제 내 눈에 가시가 가리어 보이지 않던 남의 슬픔이 대들보가 되어 내 슬픔이 되었고, 위로할 말들을 마음 한켠에 정갈하게 가꾸어 쌓아 간답니다.

주님! 허락해 주신다면 정성어린 몸짓으로 불편한 이웃의 그 마음들 소망 키우게 할 것이며, 손마디의 지문이 다 닳을 때까지라도 봉사할 기회를 주옵소서. 혼탁하고 부정적인 가슴을 열어 하나님과 이웃에게 감사하는 표현으로 모든 것을 다 기쁨으로 받아 들이는 연습을 시작하였습니다. 교만하고 오만하며 무레하고 때론 시무룩하며 이기적인 행동으로 주님의 낯을 가리고 주위를 불편하게 했던 허다한 일체의 허물을 용서하여 주옵시고, 저의 이 간절한 마음이 우리 승일이의 마음이길 기도합니다.

열 번이고 백 번이고 천만 번을 엎드려 기도해도 우리 승일이 용기 잃지 않게 붙들어 주시고, 팔도 다리도 없는 오체불만족의 몸짓으로도 축구를 하는 용감한 이국의 아들처럼 환한 얼굴 주옵소서. 이 엄마가 죄가 많아서 아들이 많이 아프다는 말도 못하겠던 부끄러움이 늘 잊지 않고 기도해 주고 염려해 주는 교우들의 사랑으로 더 큰 목소리로 기도할 수 있게 되었음을 감사합니다. 이제 기도의 열매가 우리 교회의 모든 환우들에게서 우리 승일이에게서 꼭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어리석어 아직 주님께 함께 간구하지 못하는 우리 남은 가족의 눈에 환히 보이도록 말입니다. 저희 믿음이 활화산같이 타올라 아직 도려내지 않고 몸안에 둔 신장의 병균을 싹 태워 버렸으면 하고 소망합니다. 우리 온 가족이 함께 머리 조아려 기도할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광음같이 스쳐가는 세월 속에서 후회 없이 아껴 쓰는 시간되게 노력하렵니다.

"행여 백조가 오는 날, 이 물가 어지러울까 밤마다 꿈을 덮노라"던 시인의 고백처럼 주님 찾아 오실 날을 위해 저의 일상의 생활에서 나의 영이 하나님으로 가득차게 깊디 깊게 가꾸어 가려합니다. 주님! 부디 이 죄인을 멀리 내치지 마옵소서. 그리고 당신의 뜻이 어디 있음을 우리 승일이와 수경이가 알게 하옵소서.

어느 화창한 여름 날 길을 걷다 갑자기 만난 소낙비처럼, 그렇게 찾아온 신부전증은 너무나 많은 것들을 빼앗아 가고 있습니다. 고통은 우리가 감내할 수 있을 만큼만 주신다고 믿습니다.

시간의 제약과 지구촌 시대에 공간 이용의 제약으로 사회로부터 점점 유리되어 갈 것 같은 압박감이 초조를 더해 갑니다. 주님! 뜻을 같이하는 동지 곁에 사랑하는 수경이 곁에 우리 승일이 오래 머물게 하여 주옵소서.

능치 못할 일이 없는 주님의 지팡이가 우리 가족의 슬픔을 기쁨과 승리의 길로 인도해 주실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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