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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증 부족한 존재도 안아주시는 너른 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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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하나님] 정유석 단국대의대 교수

나이 마흔을 훌쩍 넘어버린 요즘, 난 아무리 생각해도 엉터리 기독교인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 성탄절 무렵 맛있는 크림빵을 준다고 해서 친구 따라 예배당에 들어선 이후로 30여년이 훌쩍 지났네요. 어느새 기독교 신앙은 저와 우리 가족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었습니다.

기독교 신앙에 대해, 하나님과 예수님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고 착각한 적도 있었지만 하나님은 여전히 나에게 '절대 신비'로 남아 계십니다. 신비는 그뿐 아닙니다. 신앙의 기초라고 하는 기도도 저에게는 미지의 영역입니다. 내 욕심으로 드리는 기도, 하나님께 욕구를 쏟아 내놓는 일방통화식의 기도가 참기도가 아니라는 지식은 알게 되었지만 그분의 뜻대로 드리는, 그분의 음성을 듣는 모범기도는 제게는 여전히 낯선 영역입니다.

성경읽기는 어떠냐고요? 로마서와 요한복음, 시편과 잠언 등 주옥 같은 말씀에 푸욱 빠져서 마침내 기독교의 진리를 다 안 것 같던 시절이 있었지요. 대학교 1학년 때 선교단체에서 처음 큐티를 배운 후로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을 듣는 재미에 심취하기도 하였지요. 하지만 지나고 보니 성경 본문의 문맥적 이해나 당시의 배경 등에 대해 제대로 모른 채 그때그때 내 방식대로 해석하고 감정의 흐름에 따라 혼자 울고 웃었던 엉터리 은혜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꿀송이보다 더 달아야 할 성경읽기도 그리 재미난 일이 아닙니다.

헌금생활 역시 모르는 부분 투성이입니다. 하늘 창고에 적금 드는 보험쯤으로 생각하거나, 십일조를 시골 교회로도 좀 나누어 하면 안되나 하고 갈등하기도 합니다.

이쯤 되면 저의 기독교 신앙에 대해서 "이 인간이 진짜 기독교인 맞아?" "전혀 영성이 없고 성령의 뜨거움을 체험하지 못했군" "하나님과의 인격적 만남이 없었던 모양이로군" 이렇게 진단을 내려주시는 분들이 많겠지요. 그리고 이 진단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진리에 대하여, 신앙에 대하여 아무리 회의하고 고민하고 파도를 타는 과정에 있지만 제 안에 흔들리지 않는 한 가지 사실이 있습니다. 그것은 제가 너무 작고 보잘것 없을 뿐 아니라 찰나를 사는 존재라는 것, 제 안에는 도무지 온전한 선함의 터럭도 찾을 수 없다는 것, 제가 이 세상에 어떤 원함이 있어서 온 것이 아니듯이 저의 원함으로 제 인생에 어떤 변화도 불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이 모든 절망의 끝에는 나의 하나님, 창조주이신 그분이 계시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저의 끝없는 방황에도 불구하고 그분을 찾고 알고자 하는 소망에 응답하셔서 당신의 품으로 향하는 비밀의 문을 조금씩 열고 계시다는 믿음입니다. 그러니 어찌 이 비밀을 알게 하신 창조주 하나님을 찬양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누구인가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가정의학과 전문의(의학박사)로 현재 단국대 의과대학 의료윤리학교실 주임교수다. 천안 불당동에 있는 보석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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