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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겨울이 주는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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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주는 축복     
 
- 안성우 목사 (서대신교회)
 

러시아 코스타를 섬기러 모스크바에 다녀왔다. 은혜를 사모하는 러시아 유학생들과 고민을 나누고 왔다. 하루는 여유를 가지고 모스크바를 둘러볼 수 있었다.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 속에서 러시아의 겨울은 잊지 못할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붉은 광장’이 아닌 매서운 추위가 주는 메시지가 더 진하게 남아 있다.

겨울이 6개월인 러시아는 겨울이 주는 축복을 듬뿍 받은 나라였다. 첫째, 문학과 예술의 발전이다. 차이코프스키,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푸슈킨 등 세계적인 예술가들은 추운 겨울의 열매들이었다. 둘째, 전쟁에서의 승리였다. 여름에 40만 대군을 이끌고 러시아 정복에 나선 나폴레옹은 대패를 한다. 러시아의 겨울을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에서의 패전은 나폴레옹이 리더십을 잃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였다. 셋째, 봄을 기다리는 사모함이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봄을 기다린다. 기다림은 가치를 증대시키며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인생의 겨울이 길어진다면 위와 같은 이유 때문에 감사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이는 글을 썼다. 작곡을 했다. 미술과 발레 등의 재능을 겨울의 터널 속에서 갈고 닦았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러시아의 길고 혹독한 겨울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만은 아니었다. 혹자는 추위를 달래려고 독한 술병에 그들의 인생을 담아버리고 말았다.

러시아에선 “영하 40도가 아니면 추위라 말하지 말고, 40도를 넘지 않으면 술이라 하지 말고, 4000㎞를 넘지 않으면 멀다고 말하지 말라”는 말이 있단다. 많은 사람이 인생의 풍성한 가을을 기대하지만 긴 겨울이 없이는 가을 열매를 볼 수 없다. 우리가 사계를 말할 때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고 한다. 그러나 러시아의 사계는 겨울부터 시작된다. 인생의 사계도 겨울부터 출발함을 불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봄으로 시작해서 겨울로 끝나는 인생이 아니라 겨울로부터 시작해서 가을로 끝나는 인생을 사모한다. 

유대인의 시간 계산법은 저녁이 하루의 시작점이다. 아침이 꼭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인생의 시작이 겨울일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겨울은 완전 축복일 것이다. 하나님이 쓰셨던 많은 사람이 대부분 긴 겨울이라는 터널을 통과했다.

1996년 석봉토스트의 대표 김석봉 사장의 전 재산은 200만원이었다. 신학교를 졸업하고 교육 전도사로 부임하여 봉사했다. 전도사 신분에 길거리로 나가 장사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3개월을 고민한 끝에 중고차를 구입한 후 오전에는 일을 하고 오후에 교회에서 봉사하기로 했다. 처음 매출은 하루 2만∼3만원 정도. 혹독한 첫 겨울 추위를 맛본 것이다. “오늘까지만 하고 그만둬야지”라고 몇 번씩 되뇌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우리네 인생도 오늘은 숨고 싶은 날들 속에 서 있을 수 있지만 겨울 속에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을 만났으면 좋겠다. 

나폴레옹이 겨울에 겨울옷을 입고 러시아 정복을 시작했다면 오늘날 우리는 그를 다른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을지 모른다. 오늘도 인생의 혹한을 보내고 있을 한 사람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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