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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름다운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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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연(소설가)

“네 입을 크게 열라 내가 채우리라”(시 81:10)

얼마 전 날씨가 좋은 일요일이었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동네의 새로 지은 아파트 단지에 집 구경을 갔습니다. 새로운 인테리어로 장식한 집들을 두어 채 구경하고 나서 갖가지 꽃나무와 화초를 심어놓은 정원에서 장미 꽃향기에 취하려는 순간, 눈에 띄는 것이 있었어요. 낡은 가죽지갑이었습니다. 지갑 안엔 9만원과 여러 가지 카드가 들어있었지요. 마일리지 카드, 회원권, 신용카드, 마트 카드 등등…. 한마디로 한푼이라도 아껴 쓰며 살아가는 서민의 지갑이었지요. 일요일이라 지갑을 집으로 가져왔고, 다음날 남편은 주민등록증의 주소대로 봉투를 써 우체국에 갔지요.

지갑을 보낸 지 한 일주일쯤 지나서였습니다. 웬 젊은이가 집을 찾아왔습니다. 바로 지갑의 주인이 주스 병이 든 상자를 들고 서 있었습니다. 젊은이는 아파트 관리 사무소에 일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주머니에서 남편이 보낸 편지지를 꺼내 보여주면서, 한마디로 감동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 젊은이는 좋은 일이 많이 있으시길 바란다는 말까지 공손히 하고 나서 무릎이 아프다며 천천히 층계를 내려갔지요.

저는 주스병 상자에서 병 3개를 참으로 기쁜 마음으로 꺼냈습니다. 투병 중인 저는 항암치료에 좋다는 야채수프를 그동안 끓여 마셨는데, 유리병에 넣어야 한다는군요. 집엔 오래 된 유리병이 2개 있는데, 하나는 뚜껑이 없어 보온병 뚜껑으로 대신 사용했죠. 참 불편했습니다. 유리병을 새로 구하려고 했지만 쉽지가 않았어요. 슈퍼마켓에서는 유리병이 위험하다고 배달이 안 되고, 집엔 자동차가 없기 때문에 차일피일하다 보니 거의 반년이 지나가버렸습니다.

바라던 선물을 뜻밖의 사람을 통해 받는다는 것은 기이한 일입니다. 하나님은 누군가를 통해 우리에게 기이한 선물을 필요한 것보다 더 넉넉하게 듬뿍 안겨주지요. 작은 것까지 채워 주시는 그 끝없는 하나님의 사랑을 우리는 헤아릴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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