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칼럼 하나님의 편집실

첨부 1


하나님의 편집실 

- 김종철 (다큐멘터리 감독)


방송 프로그램이나 영화는 편집이라는 단계를 거쳐 완성된다. 촬영하다 보면 원래 필요한 장면보다 훨씬 많은 부분을 담게 되는데 정작 방송이나 영화에선 아주 적은 분량만 방송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한 시간 이상씩 촬영을 해도 정작 영화에서는 단 몇 초만 편집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서 아무리 재미있는 영화라 하더라도 촬영 원본을 본다면 그것은 정말 인내하지 않고서는 볼 수 없을 만큼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그래서 편집자들은 최대한 재밌는 장면, 극적인 장면, 완성도 높은 장면, 꼭 필요한 장면만을 취사선택해서 편집한다. 감독이 오랜 시간과 공을 들여 촬영했다 하더라도 편집자의 손에서 가위질을 당하면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이렇게 표현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똑같은 촬영 원본을 갖고 서로 상반되는 의도로 편집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인터뷰 내용, 수많은 화면들을 어떻게 편집하느냐에 따라 정반대의 컨셉으로 둔갑할 수가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사건에 대한 의견을 물을 때 ‘찬성한다’와 ‘반대한다’는 전혀 상반된 내용이지만 편집 과정에서 인터뷰한 사람의 의사가 전혀 정반대로 편집되어 표현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편집의 묘미이자 또 위험한 부분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이런 식의 기억의 편집을 하면서 살아간다. 누군가와 다투었을 때 항상 자기의 입장에서 유리한 부분만 편집해서 기억하려고 한다. 상대방의 말 중에서도 내가 기억하고 싶은 말만 기억한다. 그런 기억의 편집 때문에 오해가 생기고 다툼이 생긴다.
 
하나님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하나님한테만 할 말만 하고 하나님이 내게 들려주시는 세미한 음성은 편집해 버린다. 내가 헌금한 액수만 기억하고 하나님이 내게 베풀어 주신 은혜와 축복은 편집해 버린다.
 
하지만 하나님은 놀랍게도 우리가 출연한 하나님 영화의 모든 촬영 원본을 갖고 계신다. 하나님은 우리의 모습을 편집하지 않으시고 촬영한 내용 그대로를 기억하고 계신다. 아마도 하나님은 편집의 기술이 없으신가 보다.
 
내가 필요한 장면만 편집하고 기억하고 있는 우리는 하나님이 갖고 계신 촬영 원본 앞에서 아무 것도 아니다. 하나님의 촬영 테이프 보관실에는 우리의 NG장면과 옥에 티 화면도 갖고 계신다. 하나님은 우리의 인생을 편집해서 보지 않으신다는 얘기다.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