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빈 의자 기도

암으로 죽어가는 투병 생활을 하는 한 노인이 기도를 제대로 하고 싶었으나 방법을 알지 못해 속을 태우고 있었다.
돌아보니 기도 한번 진심으로 못해본 빈껍데기 신앙이 안타까웠고, 곧 만나게 될 하나님께 죄송스러웠다.
그래서 새로 부임한 학식 높은 젊은 목사님을 찾아가 사정을 말했다.
목사님은 꽤 두툼한 책 한 권을 주면서 기도에 관한 최고의 책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병상에 누워 아무리 집중하고 읽어도 생경한 단어에 문장은 왜 그리 길고, 내용은 까다로운지 도움이 안됐다.

이런 사정을 절친한 친구에게 털어놓았다.
남은 목숨 동안 예수님께 기도 많이 하고 싶은데 기도에 관한 설교나 책들이 어려워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그러자 친구가 말했다.

"여보게, 기도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라네. 기도는 그냥 예수님과 이야기를 하는 거야.
자네 맞은편에 빈 의자를 하나 두게. 예수님이 거기 앉아계신다고 믿어보게. 
그리고 빈 의자의 예수님께 대화하듯 그렇게 얘기해 보게나. 그분께 하고 싶은 말, 여쭙고 싶은 말을 다 하게.
그리고 들으면 된다네."

노인은 친구의 조언대로 했다. 날마다 두어 시간씩 예수님과 대화하듯 기도했다. 그렇게 쉽고 좋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빈 의자에 대고 말하는 걸 행여 가족들이 보거나 주변에서 볼까봐 조심했다.
자신을 싱설한 사람으로 여길까 염려한 탓이다. 때문에 간병하는 딸도 이 사실을 몰랐다.

노인은 문병온 목사님에게만 의자의 정체를 고백했다.
사연을 듣은 목사님은 감동을 받고 계속 그렇게 기도하라고 격려해 주었다.

며칠 후, 딸에게 연락이 왔다.
"목사님, 조금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제가 잠시 외출한 사이에요.
그런데 이상한 것이 있어요. 아버지께서 몸을 기울여 침대 옆의 의자 위에 머리를 두고 계셨어요."

많은 성도들이 기도에 대한 갈망이 큰 만큼 기도를 어렵게 여기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기도가 기본적으로 하나님과의 대화라는 점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사물이 아니라 인격이고, 죽은 자가 아니라 산 자이시다.
예수님은 사랑하는 아빠에게 말하듯 하나님께 기도하셨다.
모세는 하나님을 친한 친구 대하듯 기도했다.

"사람이 자기의 친구와 이야기함 같이 여호와께서는 모세와 대면하여 말씀하시며"(출 33:11).

- 김기현 목사 (부산수정로침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