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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원망이 주는 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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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망이 주는 마비 

- 전병욱 목사 (삼일교회)
 

“여자는 입이 가볍다”고 말한다. 과연 그런가? 아니다. 여자나 남자나 입이 가볍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여자가 더 입이 가볍다고 느끼는 까닭이 있다. 여자는 남자에 비해 시기, 질투, 분노의 감정에 의해서 말할 때가 많다. 이런 말은 상대를 죽이려는 의도가 있다. 남을 넘어뜨리고 폭로하면 상대만 죽는 것이 아니라 나도 같이 죽는다. 남자는 사회생활을 더 많이 해서 그런지 조직의 쓴맛을 안다. 그래서 겁이 많다. 가벼운 이야기는 쉽게 말하지만, 파장이 큰 중요한 문제는 입을 다문다. 공격성 말의 특징은 상대를 마비시키지만, 자신도 마비된다. 

과거 우리 조상에게는 일제의 아픔이 있었다. 나라를 잃은 젊은이들에게는 원망이 많았다. 나약한 정부를 원망하고, 매국노를 원망했다. 열심히 살아봐야 일본에만 유리했다. 그래서 술 마시고 허랑방탕하게 살았다. 일종의 애국적 방탕이었다. 일제도 각처에 유곽이라는 술집을 만들어 퇴폐를 조장했다.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라는 애절한 노래를 유행시켰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라는 자조적인 노래가 주류를 이루었다. 정신의 황폐화가 나타났다. 모든 것을 원망하니 움직일 힘조차 없는 마비상태에 놓인 것이다. 

이때 크리스천 지도자 도산 안창호가 등장한다. 나라가 이렇게 된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결코 원망하지 말라. 우리의 잘못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다. 내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똑바로 서라. 원망하지 말고, 배우라. 못 배운 탓에 이렇게 된 것이다. 부지런히 일해야 산다. 그래야 광복이 온다. 부지런히 공부하고, 부지런히 예배하고, 부지런히 일하는 것이 애국이다. 한마디로 무실역행을 외쳤다. 원망의 세력을 꺾어 버리고, 책임지고 움직이는 생명의 세력을 일으키라는 말이다. 그 큰 외침이 젊은이들을 일으켰다. 

해방 이후 또 하나의 정신적인 큰 별이 등장한다. 가나안 농군학교의 김용기 장로이다. 원망하지 말고, 일하라는 것을 몸소 실천으로 보여주었다. 강원도 산골 가나안 농군학교는 입구에서부터 주는 메시지가 다르다. 길 좌우에 쭉 늘어선 팔뚝만한 돌이 있다. 자연석은 아닌 것 같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세워놓은 것이다. 

더 특이한 것은 그 돌 위에 작은 돌이 얹혀져 있다는 점이다. 왜 그런지 설명을 들었다. 가나안 농군학교의 정신은 “예수 잘 믿고, 열심히 일하자”는 것이다. 돌이라고 해서 빈둥빈둥 놀고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돌을 세워 놓았다는 것이다. “돌도 누워 있으면 안 된다. 무엇인가 일하라”는 메시지이다. 누워 자고 있는 사람은 돌만도 못하다는 말이다. 쉽게 웃을 수 없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가슴에 불이 붙는 체험을 했다. 언제나 원망은 마비시킨다. 그러나 책임의식을 가지고 일하면, 얼음 같은 상황도 변화시키고 녹일 수 있다. 굳고 마비된 사회를 풀고 움직이게 만드는 생명의 세력이 되라.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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