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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생 항해길에 전망 좋은 갑판에 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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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항해길에 전망 좋은 갑판에 선다는 것 

- 엄은희 집사(서울제일교회) 


오래 전 대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여름방학이 되어 같은 과 친구인 홍군과 또 제주도에 집이 있는 현군과 함께 제주도에 10일 정도 예정으로 놀러가게 됐다. 부산에서 오후 늦게 배를 타고 당시 국내에서 제일 큰 연안여객선으로 제주항까지 밤바다 여행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뱃고동 소리를 울리며 선창에서 환송하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한없이 넓은 바다로 배는 떠가게 됐다. 처음에는 바다 구경을 하며 드물게 접해 보는 배 안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가까이 배 주변을 맴도는 갈매기와 배와 경쟁이라도 하듯 배를 따라 달리는 날치 등 바닷물고기 등도 구경하면서 뱃전에서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달리는 배를 마냥 즐기고 있었다.

그러다 날이 어둑어둑해지며 호기심도 가라앉고 멀미가 찾아와 쉴 자리를 찾아 현군을 따라 배 밑창에 있는 가장 넓은 3등 선실에 가서 이미 와 선실 안이 꽉 차게 길게 누워있는 사람들 틈을 찾아 드러눕게 됐다. 배 여행에 익숙한 현군은 곧 잠들고, 멀미에 약한 홍군은 토할 곳을 찾아 선실 밖으로 나갔다. 나는 멀미를 별로 하지 않고 잠도 오지 않아 사람들이 남의 발에 머리를 대고 있는 등 뒤죽박죽이 돼 누워 있는 선실을 빠져나와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배 난간에 기대어 토하고 있는 홍군을 만나 도와주고 또 다른 곳으로 돌아다녔다.

갑판으로 올라가자 밤은 이미 찾아와 하늘은 코발트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20여명의 젊은이들이 둘러앉아 기타를 치고 노래하며 청춘을 구가하고 있었다. 하늘에는 달과 별들이 마치 샹들리에처럼 빛나고 있었고, 바다 바람은 여름밤을 시원하게 식혀주고 있었다. 

나는 배 밑창의 3등 선실과 갑판 위의 정경에서 하나의 감명을 받았다. 인생이라는 배를 타고 가는 여러 부류의 사람들, 무더운 배 밑창에서 멀미와 싸우며 뒤엉켜 누워 시간 죽이기를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 그리고 여행을 즐기는 갑판 위의 사람들.

많은 세상 사람들이 삶에 지쳐 3등 선실에서처럼 살아간다면, 크리스천들은 하나님을 찬양하며 갑판에서처럼 삶을 즐긴다고.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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