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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믿음의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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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유산     
 
- 김병삼 목사 (만나교회)
 

“나의 사랑하는 책 비록 헤어졌으나 어머님의 무릎 위에 앉아서, 재미있게 듣던 말 그때 일을 지금도 내가 잊지 않고 기억합니다.” 

어릴 적 아무 뜻 없이 부르던 이 찬송이 참으로 의미 있게 다가온다. 자식을 낳아봐야 부모가 되고, 부모님을 여의어봐야 자식이 된다고 했는데, 내가 자식이 되고 부모가 되었기 때문인가 보다. 그래서 가정의 달 5월에 내가 받은 믿음의 유산이 무엇인지, 내가 남겨줄 믿음의 유산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했다. 

배우 김명민이 자신의 배역을 소화하려고 심하게 살을 빼서 화제가 되었던 ‘내 사랑 내 곁에’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 속에서 김명민은 루게릭병으로 죽어간다. 그리고 그 사람을 사랑한 한 여인의 헌신적인 사랑과 삶에 대한 집착이 잘 묘사됐다.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바라보는 연인에게 죽음은 현실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어쩌면 절망 가운데 이런 독백을 하게 되나 보다. “오늘 하루가 미래가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 미래를 생각하며 헛된 꿈을 꾼다.”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것이 있다. 모두 찬란한 미래를 꿈꾸지만, 그 미래를 만드는 것이 바로 오늘이라는 사실을.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에게 찬란한 미래는 절대 오지 않는다. 

언젠가 가수 션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행복한 가정으로 소문난 자신의 부부도 가끔 싸움을 하는데, 밤이 지나기 전에 꼭 화해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인생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데, 아내가 기억하는 자신의 최후 모습이 화내는 모습이라면 얼마나 불행한 일이냐는 것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기에 특별히 더 생각하게 하는 자녀, 부모, 부부의 관계가 있다. 그리고 크리스천이라면 모두 꿈꾸는 ‘믿음의 유산’이 있다. 우리가 착각하는 것은 이 모든 것이 미래에 만들어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 만들어지지 않는 믿음의 유산은 절대 미래에 존재하지 않는다. 

목사인 나에게도 믿음의 유산이 있다. 살아계실 때에는 잘 몰랐는데 돌아가시고 나서 뇌리에 떠나지 않는 말들, 그것이 유산이다. 내가 처음 전도사로 강원도 영월에 가던 시절, 군목으로 훈련을 받기 위해 떠나던 때, 제대하고 개척교회를 시작하던 때, 그리고 미국으로 유학 가던 때도 아버지는 경제적인 도움을 거의 주지 않으셨다. 단지 이런 말을 해 주셨다. 

“험한 파도라야 유능한 선장을 만든다!” 
“목회자는 아무리 어려워도, 아니 모래바닥에 코를 처박고 죽어도 교인들에게 어렵다고 말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목회자의 자존심이다.” 

아버지가 나에게 물려 준 유형의 재산이 아니라 그때 해 주셨던 말이 지금 나의 믿음의 유산이다. 

내 삶에서 가장 많은 실패의 경험을 안겨 준 것은 운전면허 시험이다. 대학 1학년 때 무조건 면허를 따겠다고 시험을 봤는데 7번이나 떨어지고 더는 수입인지를 붙일 공간도 없었다. 그때 어머니는 운전면허 시험을 보는 자식을 위해 기도해 주셨다. 내 인생의 ‘칠전팔기’를 경험했던 순간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시험에 붙은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이 내 믿음의 유산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부모님의 유산이 귀하듯이, 오늘 우리가 사는 현재가 자녀에게 믿음의 유산을 하나하나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생각했으면 좋겠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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