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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흙으로 돌아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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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으로 돌아가는구나   
 
- 옥성석 목사(일산충정교회) 
 

다시 일산(一山) 정발산을 찾았다.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불과 1주일 전 초입부터 코를 마비시킬 요량으로 달려들던 아카시아 향기, 온 산을 하얀 드레스로 감싸 안아 버릴 듯 화려했던 순백색 꽃들은 더 이상 없었다. 누렇게 빛바랜 꽃잎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등산로, 그 누구도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려 하지 않았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했던가. 하지만 어떻게 지느냐에 이르면 문제는 달라진다. 연산홍, 꽃은 피면 지는 것인데 이 꽃은 햇볕에 탈색되고 바짝 마르면서까지 가지에 매달려 영 떨어지려 하지 않는다. 비라도 내릴 양이면 채 떨어지지 못한 꽃잎에 곤충들이 꼬인 모습을 연출하는 등, 썩을 때까지 매달려 있다. 

하지만 아카시아는 그렇지 않았다. 가장 아름답고 향기로웠을 때 향기, 꿀, 화사함을 아낌없이 선사한 뒤 한 결의 바람 앞에도 미련 없이 꽃몸을 통째로 던져 다음 진행 과정을 올곧이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주는 모습은 신선하기까지 했다. 해서 이미 흙 색깔로 변해 버린 꽃잎 몇 개를 주워 들고선 중얼거린다.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는구나. 잘 달렸어. 내년 이맘 때 다시 만나자.”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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