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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누가 빚진 자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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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빚진 자 인가     
 
- 전병욱 목사(삼일교회)
 

마태복음 20장에는 포도원 품꾼 이야기가 나온다. 주인은 오전 9시, 12시, 오후 3시, 5시에 품꾼을 불렀다. 주인은 오후 6시에 모두에게 똑같이 1데나리온의 품삯을 주었다.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우리의 눈에도 불공평해 보인다. 왜 그런가? 이 이야기를 듣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은 아침 9시에 온 사람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이 오후 5시에 온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감사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어떤 문제가 나오든 둘 중의 하나의 반응 밖에는 없다. 나는 채무자인가, 채권자인가? 내가 빚을 주었다고 생각하면, 억울함과 원망이 있을 것이다. 반면에 빚진 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감사와 감격이 있을 것이다. 

가정이 행복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가? 모두 채권자 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남편은 아내에게 많은 것을 해주었는데, 나는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아내는 희생만 했는데, 멸시당한다고 생각한다. 모두 채권자 의식이다. 이러니 행복할 수 없다. 

자식들은 부모에게 이것 해 달라, 저것 해 달라 요구한다. 못해주면, 마치 빚쟁이같이 소리지르며 요구한다. 채권자 의식이다. 이런 의식으로는 제대로 된 효자가 나올 리 없다. 사장은 내 리더십과 경영능력으로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린다고 생각한다. 종업원은 내가 피땀 흘려서 회사 살렸더니, 사장만 호의호식한다고 생각한다. 다 채권자의식이다. 어떤 아름다움도 피어날 수 없는 나쁜 마음이다. 

기복신앙이 왜 나쁜 것인가? 하나님까지 채무자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나는 열심히 신앙생활 했는데, 하나님은 왜 안 채워주냐는 식으로 하나님을 몰아붙인다. 결국 감사는 없고, 채권자 의식으로 메마름만 남게 된다. 

건강한 신앙의 시금석은 무엇인가? 빚진 자 의식을 가지고 있느냐의 유무이다. 만 가지 은혜를 받았다. 이제는 무엇을 해도 빚진 자의 감사와 감격에서 나오는 것이다. 사도 바울도 말끝마다 내가 빚진 자라고 외친다(롬 1:14). 

이런 글을 읽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형은 하나밖에 없는 10대의 남동생과 함께 살게 되었다. 아내와 딸도 있었다. 방 두 개의 좁은 아파트에서 남동생과 함께 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10여년이 흐르고, 남동생은 입대하게 되었다. 입영하는 날 동생은 형에게 100만원이 든 봉투와 함께 편지를 주었다. 

“형 그동안 고마웠어. 힘든 내색 하지 않고, 부모님 대신 나를 이만큼 키워줘서 고마워. 어려운 살림 때문에 형님 부부가 휴가 한번 제대로 못가는 것 같았어. 영장 받고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이야. 이번 여름에 형수와 조카와 바닷가 한번 다녀와.” 

형은 눈물 지으며 말했다. “제대로 해 준 것도 없는데 대학생 되고, 학비, 용돈은 다 스스로 벌어 썼는데 내가 미안하지.” 정말 아름다운 가정이다. 왜? 서로 빚진 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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