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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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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을 인정하는 용기  
 
- 유관재 목사 (성광교회)
 

이번달 초 한국의 자랑스러운 메이저리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추신수가 무안타로 침묵했다. 추신수는 디트로이트전에서 2번 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전했지만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세 차례 타석에 나와 1루 땅볼로 한 차례 물러섰고, 두 차례는 중견수 플라이로 아웃됐다. 타율도 2할7푼9리에서 2할7푼5리로 떨어졌다. 그러나 추신수의 무안타가 이상하지 않은 날이었다. 상대 투수 갈라라가의 피칭 내용이 매우 눈부셨기 때문이다. 

갈라라가는 9회 2사까지 클리블랜드 타선을 완벽히 봉쇄했다. 1회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은 뒤 26번째까지 쉼표 없이 아웃카운트를 낚았다. 140년 미국 프로야구 역사상 공식 기록으로 남아 있는 퍼펙트게임은 딱 20번. 갈라라가는 9회 투아웃까지 클리블랜드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고 21번째 퍼펙트게임에 원 아웃을 남겼다. 퍼펙트게임은 투수가 볼넷이든 안타든 홈런이든 사구(몸에 맞는 볼)든 어느 것 하나 허용하지 않고 9이닝 동안 타자들을 모조리 아웃시키는 것이다.

27번째 타자로 다시 나온 9번 타자 제이슨 도널드의 타구가 1·2루간으로 굴러갈 때만 해도 퍼펙트가 달성되는 듯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아웃이 선언될 것 같았던 상황에 1루심 짐 조이스는 세이프를 선언했다. 이 장면은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등 여러 매체를 통해 리플레이됐는데 오심이었다. 카브레라의 송구가 갈라라가의 글러브에 들어올 때 타자 주자 도널드의 발은 여전히 공중에 떠 있었다. 역사적인 퍼펙트게임이 아쉽게 심판의 잘못된 판정으로 무산된 것이다.

경력 22년의 베테랑 심판인 조이스는 경기 후 바로 비디오 판정 장면을 확인하며 오심을 인정했다. “내 생애 가장 큰 판정이었는데 실수했다”고 시인했다. 그리고 경기장에서 한참을 기다린 뒤 갈라라가를 끌어안으며 사과했다. 이때 조이스는 샤워도 하지 않고 심판 유니폼을 입은 채였다. 갈라라가에게는 얼마나 아쉬운 순간이었을까? 심판이 무척 원망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누구도 완벽할 수는 없다”며 조이스를 위로하며 용서했다. 갈라라가라고 왜 퍼펙트게임 욕심이 없었겠는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심판의 용기나 사과를 받아들이면서 용서하며 판정에 승복하는 갈라라가의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프로야구 명심판으로 꼽히는 이규석씨는 “내가 출장한 2000여 경기 중 완벽하게 심판을 본 경기는 단 하나도 없었다”고 한 적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심판도 인간인 이상 실수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고백 아니겠는가?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인생이 아름다울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는 비결은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가 있고 ‘용서하는 넉넉함’을 소유하는 것이다. 인정할 것을 인정하는 정직한 용기가 내 안에 있는가? 그리고 상대의 실수와 잘못을 용서하는 넉넉함이 내게 있는가? 그것이 진정 믿음으로 사는 것이고, 그것이 사랑으로 인생을 세우는 길이다. 내 가슴에 이 말을 다시 담아보자.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 용서하는 넉넉함’.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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